죽음이 사라지면 인간은 정말 구원받을까.
『죽음의 중지』는 이 단순한 소원을 병실과 회의실과 가족의 방으로 끌어내린다.
아무도 죽지 않는 세계는 축복처럼 시작된다.
그러나 곧 병원, 국가, 교회, 장례 산업, 돌봄의 시간이 모두 자기 전제를 잃는다.
이 책은 사라마구의 기발한 설정을 우화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죽음이 삶의 반대편이 아니라 삶을 조직해 온 기준선이었다는 사실을 읽어낸다.
전반부에서는 죽음 없는 사회의 마비를, 후반부에서는 보라색 봉투와 첼리스트의 방을 따라간다.
사랑이 죽음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얼굴을 흔드는 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원작의 블랙 유머 뒤에 남은 차가운 질문을 붙잡고 싶은 독자에게 알맞다.
죽음이 멈춘 자리에서 오히려 삶의 뼈대가 보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