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법은 필요 없다”는 트럼프의 호언처럼, 오늘날 국제법은 강대국의 전횡과 전쟁의 야만 앞에서 끊임없이 무력함을 시험받고 있다. 힘의 논리가 법을 압도하는 현실에서 국제법은 때로 강자의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야만으로의 회귀를 막는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국제법은 단순한 조문 체계가 아니라, 평화와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 했던 치열한 투쟁의 기록이자 세계 시민의 공통어이다.
그래픽노블 『국제법의 역사』는 15세기부터 최근의 전쟁에 이르기까지 500여 년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추적한다. 특히 낙관론자 남편과 회의론자 아내라는 두 캐릭터의 논쟁을 통해 국제법을 문명의 열쇠로 보는 윤리적 시각과 권력의 도구로 보는 정치적 시각 사이의 팽팽한 긴장을 묘사한다. 저자들은 국제법이 식민 지배의 방패막이가 되었던 어두운 이면을 비판하면서도, 그 안에서 희망의 단서를 포착한다. 이 책은 승자들의 각축전 너머, 여성과 소수민족 등 “나머지 세계”가 자신의 권리를 쟁취해온 여정을 촘촘히 기록하며, 폭력의 연쇄를 끊어낼 지혜를 건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