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베트남의 전통 사회에서 실시된 과거제도는 서양의 근대 사회에서 국가 고시(Civil Service Examination System)가 출현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세기 이후 중국을 방문한 서양의 선교사들은 과거제도를 자국에 소개하는 기록을 남기기 시작하였고, 19세기에 들어서는 과거제도와 같은 국가 고시를 서양 사회에서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식인 사이에 등장하였다. 어쩌면, 한·중·월의 과거제도는 ‘서세동점(西勢東漸)’으로 불리는 근대 시기에 동양의 문물이 역으로 서양에 영향을 미친 유일한 것일지도 모른다. 『과시등록(課試謄錄)』은 한·중·월의 과거제도 가운데 한국의 과거제도가 가진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자료이다. 중국 수대(隋代)에 출현한 과거제도는 이후 중국 사회는 물론 한국과 베트남 사회에도 전해져 각 사회의 성격에 맞게 변용되어 운영되었다. 한국의 조선 시대에 실시된 ‘과시(課試)’와 같은 제도는 동시기의 중국 사회와 베트남 사회에서는 일찍이 발달하지 않았던 것으로, 이는 한국 과거제도가 가진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