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는 민주 시민의 도덕적 의무인가?
투표하는 이유가 정말 선한 세상을 만들려는 것인가?
투표를 안 해도 될 뿐 아니라 안 하는 것이 세상을 더 선하게 만들 수 있다고 도발적인 발칙한 주장을 하는 책이다. 막무가내로 우기지 않고 도덕철학적으로 분석하고 통계수치를 근거로 따져보며 논증하고 설득한다. 투표를 할 때 보통은 정확한 지식 없이, 말하자면 후보자들의 과거 정치활동의 결과와 지금 내세우는 정책사안 그리고 그 정책들이 앞으로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지식 없이, 그저 당파심에서 표를 던진다면 그것은 도덕적으로 선하지 못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또 시민으로서의 정치 참여의 대표적인 행위인 투표가 선한 일을 해야 할 도덕적 의무에 속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 안에서 투쟁을 통해 얻은 자유로운 시민권의 행사라고 말한다.
‘효율적 이타주의’에 의거하여 투표가 선을 행하는 데 효율적인 행동이 아님을 실증적으로 따진다. 선거의 쟁점과 후보자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투표하려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그러고도 그 결과는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그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구체적인 선한 일에 사용하는 것이, 이 세상을 선하게 하는 데 훨씬 더 효율적이고 이타주의를 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저자는 미국 선거 제도상의 자료들과 통계수치를 제시하면서 펼치는 논증이기에 세세하게는 우리 상황과 일치하지 않는 점도 많지만, 정치 참여의 주된 동기가 당파심이고 그 당파심으로 인해 정치가 선한 쪽으로 가기 어려울 뿐 아니라 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이 책의 중심 주장에서 우리도 크게 벗어나지 않다는 점이 이 책을 계속 읽게 만들고, 나는 어떤지, 우리는 어떤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