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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강산무진, 세속의 끝에서 말하는 몸
글쓴이
넥스트북 살롱 저
출판사
넥스트북
출판일
2026년 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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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분야에세이/산문
병실의 의자는 환자보다 늦게 보인다. 침대 위의 몸이 시선을 붙잡고 난 뒤에야 보호자가 앉았던 자리, 손에 쥔 전화기, 미뤄 둔 회사 일, 약봉지와 장례의 순서가 떠오른다. 『강산무진』의 단편들은 바로 그 늦게 보이는 것들을 작품의 중심으로 끌어온다.

이 소설집의 몸은 병명이나 욕망의 표지로만 남지 않는다. 병든 몸, 늙어가는 몸, 일하다 밀려나는 몸, 가족과 돈과 절차에 묶인 몸이 각자의 자리에서 생활의 압력을 견딘다. 여기서 신체는 생물학적 쇠락의 표지가 아니라 회사의 직책, 병원의 비용, 가족의 말없음, 장례의 순서가 한꺼번에 달라붙는 장소다.

단편들은 서로 다른 인물과 상황을 다루는 듯하지만, 병실과 사무실, 집과 도시의 길, 장례의 자리와 퇴직의 공기 속에서 하나의 낮은 지도를 만든다. 몸의 기관과 일상의 물건들은 인물의 고백보다 먼저 말하기 시작하고, 감정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물과 제도 속으로 옮겨 간다.

이 책은 그 지도를 따라가며 이미 읽은 장면을 더 낮은 자리에서 다시 세운다. 병원비와 진단서, 보호자의 의자와 전화기, 회사 서류와 장례 절차가 한 몸의 주변에서 어떤 질서를 만드는지 살피며 『강산무진』을 읽는다.

마지막에 독자가 얻게 되는 것은 쉬운 해답이 아니다. 한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병원과 회사와 가족과 사물이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보는, 더 느리고 더 불편한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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