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예술 현장은 신자유주의 경제의 완벽한 생산 단위인가, 아니면 새로운 공동체를 창출하는 다중의 웅성거림인가? 이 책은 포스트포드주의 시대 전 지구적인 예술 현장을 예리하게 해부한다. 파스칼 길렌은 오늘날의 예술 세계가 유연한 노동, 프로젝트 기반 작업, 끝없는 이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이상적 모델이 되었다고 진단한다. 비엔날레는 비물질노동을 위한 ‘탈제도’가 되었고, 예술가들은 불안정한 유목적 삶을 미학화하도록 강요받는다. 그러나 길렌은 이러한 분석에 멈추지 않는다. 그는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의 다중 개념, 미셸 드 세르토의 창조 이론을 경유하며, 예술적 실천이 지닌 저항과 자율성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예술 작품의 저자성은 개인이 아닌 집단적 ‘웅성거림’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다중의 창조적 에너지는 자본주의적 포획을 넘어설 잠재력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길렌의 탐구는 예술적 사건과 예술적 흐름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전 지구적인 움직임 속에서 ‘친밀함’과 ‘느림의 미학’을 발견하는 데까지 확장된다. 이번 세 번째 개정판은 예술의 정치적 차원, 자율성, 예술과 윤리, 그리고 민주주의와의 관계에 대한 길렌의 최신 통찰을 반영하여 대폭 개정되었다. 이 책은 예술사회학의 고전이자 오늘날 창조 노동을 사유하는 필수 텍스트다. 1부 ‘전 지구적 예술과 포스트포드주의’에서는 전 지구적 네트워크 속 예술의 결정, 비엔날레의 제도적 변화, 예술 현장의 경제적 착취 구조를 분석한다. 2부 ‘억압적 자유주의, 민주주의 그리고 예술의 정치’에서는 세계화 시대 예술적 자유의 조건, 공동체 예술의 정치성, 상황적 윤리를 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