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현 시인의 첫 시집 『사육 공감각』은 뜨거운 여름과 낡아가는 과거의 장소들, 그리고 봉인되지 않는 기억들이 담긴 시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시집은 1부 「용수탕」에서 4부 「남옥빌라」에 이르기까지, 이미 색이 바랜 시공간을 무대로 삼아 그 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듯이, 그러나 한편 썩었거나 표본이 되기도 한 숱한 여름의 이미지들을 펼쳐놓는다. 해설을 쓴 조대한 평론가는 이 시집이 단순히 아름다운 추억을 상기하는 노스탤지어에 머물지 않으며 개인의 미래가 전부 정해진 이 시대의 한 단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 평한다. 이 시집은 소멸되는 대신에 여전히 불타거나 썩어가는 꼴로 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과거의 물체들로 가득한, 익숙하고도 낯선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