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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블루
글쓴이
유금란 저
출판사
시산맥사
출판일
2026년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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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유금란

강화에서 출생, 인천에서 성장했다. 미술을 하고 싶었으나 부모님 반대로 국문학을 선택했다. 졸업 후, 잡지사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결혼하면서 글쓰기와 결별했다. 2000년 1월, 남편 직장을 따라 시드니로 이주했다. 이즈음 모국어에 대한 집착 증상이 나타났고, 문학 언저리를 다시 어슬렁거렸다. 2009년, 2014년 두 차례 재외동포문학상에 입상하면서 수필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몇 년 뒤 『시드니에 바람을 걸다』와 5인 공저 『바다 건너 당신』을 출간했다. 2021년 동주해외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이 되었고, 2025년 시산맥시문학상을 받았다. DSA(Disability Services Australia)에서 13년째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문학동인 캥거루와 수필U시간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문학과 시드니』 주간, 계간 『웹진시산맥』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책 소개

분야에세이
흘러가면서도 남는 것들

시드니에 머문 지 어느덧 스물여섯 해가 되었다. 계절은 수없이 바뀌었고 나 또한 많이 변했다. 리듬이 전혀 다른 언어 속에 살면서 끝내 놓지 못한 것은 모국어였다. 오래전에 떠나왔어도 나는 여전히 한국어로 슬픔을 견디고, 장소를 기억하며, 사람을 붙들었다. 이번 두 번째 개인 산문집 제목을 『시드니 블루』라 붙였다.

블루(Blue)는 내게 단순한 색이 아니다. 시드니의 산과 바다,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색이자 마음 깊은 곳에 가라앉은 감정의 빛깔이다. 멀리서 바라본 블루마운틴 능선은 언제나 푸른 안개 속에 잠겨 있었다. 가까이 가면 더 선명해질 것 같았으나 정작 그 안으로 들어가면 푸른빛은 어느새 흩어졌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과 쉽게 닿지 않는 마음도 그랬다. 시드니의 눈부신 햇살 속에서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그늘을 품고 살아간다. 나 또한 그 그늘 속에 서 있는 한 사람이다.

떠나온 곳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고 새로 건너는 시간 역시 온전히 내 것이 되지 못했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오래 머무는 중이다.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흔들리는 날들이 두려웠지만 나를 살게 한 것 또한 그 흔들림이었다.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듯 살아온 시간이었다. 장애인 지원 현장의 일은 하루하루가 가팔랐다. 낯선 언어와 결이 다른 사람들을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단단한 마음을 요구했다. 내 흔들림을 풀어 놓을 틈은 없었다. 웃음으로 하루를 견뎠고,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마음의 금을 덮었다.

돌아보면 누군가의 눈빛이 나를 잡아 주었다. 작은 웃음이, 깊은 신뢰가, 더러는 침묵이 내 글의 밑바닥을 이루었다. 이제야 조금 알 것도 같다. 어차피 거스를 수 없는 파도라면 어느 순간에는 물결 위에 몸을 누여야 한다는 것을. 하이게이트 플레이스 7번지의 작은 창가에 앉아, 나는 거슬러 오르기만 하던 지난날을 가만 내려다보았다. 흘러가도록 내버려두는 일이 포기만은 아니라는 것을 늦게 배웠다.

문체는 단순한 글쓰기의 습관이 아니라 한 사람이 지나온 세월의 무늬였다. 이 산문들은 7년에 걸쳐 쓰였다. 불규칙한 결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글마다 제각각인 문체는 그때그때 다르게 살아온 증거이기에 크게 손대지 않았다. 흘러가면서도 남는 것들을 담았다. 이제는 낯섦에서 벗어나 온기가 된 사람들과 내게서 사라지지 않는 언어에 관한 이야기다. 잊으려 해도 불쑥 떠오르는 얼굴들, 스쳐 갔지만 지금도 마음에 앉아 있는 풍경들이다.

나는 여전히 흔들린다. 그 흔들림을 붙잡기 위해 썼고, 지금도 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쓸 것이다. 지친 저녁 늦게, 새벽과 아침 사이, 때로는 출퇴근 트레인 안에서 원고를 붙들었다. 차창 밖으로 시드니의 아침이 스쳐 갈 때 나는 이 도시와 내가 닮아 있음을 느꼈다. 밝지만 쓸쓸하고, 넓고도 고독한 이 도시의 기록이 당신 마음에 조용히 닿길 바란다.

2026년 5월, 체리브룩에서
유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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