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을 쓰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여름은 석 달이 아닙니다.
여름을 기다릴 때도 여름이고, 여름을 살 때도 여름이고, 여름을 그리워할 때도 여름입니다.
우리 마음속에 여름이 있는 한, 여름은 언제나 거기 있습니다.
뜨겁고 눈부시고 달콤하고 설레는 그 계절이, 사실은 일 년 내내 우리 안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이 겨울이어도 괜찮습니다.
지금이 가장 춥고 가장 긴 밤이어도 괜찮습니다.
마음속에 여름 하나를 품고 있다면, 우리는 이미 여름 안에 있는 것이니까요.
이 시집 속 여름이 당신의 여름과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완전히 같지 않아도 됩니다. 당신의 매미 소리와 내 매미 소리가 다른 나무에서 났어도 됩니다.
당신의 노을과 내 노을이 다른 하늘에 걸렸어도 됩니다.
당신의 우산과 내 우산이 다른 빗속에 있었어도 됩니다.
그래도 우리는 같은 여름을 살았습니다.
뜨거운 것 앞에서 눈을 찡그리고, 차가운 것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빗속에서 어깨를 웅크리고, 별빛 아래 소원을 빌었습니다.
노을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아이스크림이 녹는 것을 아쉬워하고, 매미 소리 속에서 어린 날을 떠올렸습니다.
그 모든 것이 우리를 같은 여름 안에 있게 합니다.
부탁이 있습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멈추고 싶은 곳이 있다면, 멈추어 주세요.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시는 빨리 읽는 것이 아니니까요. 한 줄이 마음에 닿으면 그 자리에서 잠깐 눈을 감고, 그 줄이 불러오는 것들을 느껴보세요.
냄새가 날지도 모릅니다. 어린 날 여름의 냄새, 비 온 뒤 흙 냄새, 선풍기 바람 냄새.
소리가 들릴지도 모릅니다. 매미 소리, 파도 소리, 빗소리, 선풍기 소리.
온도가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햇살의 뜨거움, 아이스크림의 차가움, 우산 아래의 따뜻함.
그것들이 느껴진다면, 이 시집은 제 역할을 다 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지금 당신의 삶에 어떤 계절이 와 있든, 이 시집이 작은 여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차가운 날에 읽으면 따뜻해지는 것, 힘든 날에 읽으면 조금 가벼워지는 것, 외로운 날에 읽으면 혼자가 아닌 것 같아지는 것.
그런 여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뜨겁고 눈부시고 짧아서 더 아름다운 그 계절처럼, 이 시집도 당신 곁에서 잠깐이지만 충분히 따뜻하기를 바랍니다.
여름은 반드시 옵니다.
기다리면 됩니다.
그리고 오거든, 이번에는 조금 더 천천히 살면 됩니다.
조금 더 뜨겁게, 조금 더 충분히, 조금 더 아름답게.
당신의 여름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다음 여름을 기다리며,
여름의 문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