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록 사이의 검은 선을 밟으면 내일 시험을 망치거나 친구와 절교할 것 같은 불안감에 하굣길을 살얼음판처럼 위태롭게 걷는 지아. 선을 지키려다 마음이 네모 상자처럼 조여진 밤, 벽면 전체가 차가운 자의 눈금으로 도배된 끝없는 <투명 미로 감옥>에 갇히고 맙니다. 거꾸로 매달린 팍스는 네모 아저씨와 반듯 아주머니 같은 규칙 요정들이 사실 지아가 잘못될까 봐 사랑이 너무 뚱뚱해진 과보호 겁쟁이들이라 알려줍니다. 지아가 ‘삐뚤빼뚤 크레파스’를 들어 투명 미로를 무지개색으로 자유롭게 뭉개버리자 날카롭던 눈금들이 녹아내리며 폭신한 솜사탕 쉼터가 됩니다. 완벽해야 한다는 네모난 강박의 선을 지워낼 때, 비로소 세상은 비뚤어져도 안전하고 자유로운 놀이터가 됨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