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스쳐 지나간 모든 책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서점’이나 ‘책’그리고 이와 관련 있는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해 써왔지만, 책 그 자체를 신성시하는 글을 쓰지 않았다. 이른바 자칭 타칭 ‘애서가’라 불리는 사람들을 보면 어딘가 먼 존재처럼 느껴졌다. 책이 좋다고, 책을 정말 좋아한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사람을 보면, 괜히 민망해질 때도 있다. 어쩌면 그건, 나에게 책이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에, 나아가 마치 분신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부터 읽고, 쓰고, 만들고, 사둔 채 아무렇게나 쌓아두기도 하면서, 여러 방식으로 수많은 책과 관계를 맺어왔다. 그 가운데 지금까지 분명하게 ‘소중한 한 권’으로 남아 있는 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내용조차 떠오르지 않는 책이 훨씬 더 많다.
그렇다면, 그렇게 기억에서 사라진 책은 정말 사라진 것일까. 이미 내 안에서 그것은 죽어버린 걸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일이 잘 풀릴 때도, 몹시 힘든 일을 겪을 때도, 언제나 곁에는 책이 있었다. 책이 있었기에 머물 곳을 찾을 수 있었고, 여기까지 어떻게든 살아올 수 있었다. 나를 스쳐 지나간 모든 책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내 안에서 살아가며, 나를 살아가게 할 것이다.
- 이시바시 다케후미,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