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금녀의 이번 시집에서 회상은 단순한 회고를 넘어선다. 그것은 상처 입은 어린 ‘아이(i)’를 다시 불러내어 마주하고 끌어안음으로써, 마침내 온전한 ‘나(I)’로 수렴되는 내적 화해의 드라마를 가능케 하는 윤리적 상상력의 형식이자, 흩어진 ‘나’들에게 보내는 고졸한 애도이다. 여성이자 이주민으로서의 몸에 새겨진 노동의 흔적, 재개발 속에서 지워진 시공간과 존재들을 끝까지 기억해 내는 “마지막 원주민”이라는 자기규정 속에서, 그의 시는 사적인 자전을 넘어 도시 변두리와 역사적 변방을 증언하는 윤리적 리얼리즘으로 우뚝 선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결국 한 개인의 생애 서사를 통해 분단과 실향, 개발과 망실의 역사를 기억하면서, 신화와 성서, 자연과 도시를 가로지르는 심문心紋을 형상화한다. 이 시집은 상처 입은 존재들이 어떻게 어둠을 통과해 다시 빛의 언어를 되찾을 수 있는지를 끝까지 물으며, 동시에 그 물음 자체를 삶의 형식으로 견뎌낸 한 시인의 응축된 증언록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