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기의 시는 세상을 향해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대신 생활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언어로 우리를 천천히 설득한다. 웃음 속에 철학을 숨기고, 풍자 속에 연민을 담고, 사물 속에 인간을 비춘다. 그의 시는 어렵지 않지만 가볍지 않고, 친근하지만 가볍지 않다.
『말의 온도』는 삶을 오래 통과해 온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의 기록이다. 몸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 관계 속에서 식어가는 언어의 체온, 나이 들며 비로소 보이는 삶의 진실들이 담담하게 펼쳐진다.
독자는 시집을 덮고 난 뒤 비로소 깨닫게 된다. 철학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의 사소한 것들 속에 숨어 있으며, 시는 바로 그 숨은그림을 찾아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