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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집
글쓴이
허수경 저
출판사
난다
출판일
2026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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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허수경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나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얻어놓고 유랑을 하는 것처럼 독일에서 살면서 공부했고, 여름방학이면 그 방마저 독일에 두고 오리엔트로 발굴을 하러 가기도 했다. 발굴장의 숙소는 텐트이거나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임시로 지어진 방이었다. 발굴을 하면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

서울에서 살 때 두 권의 시집『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혼자 가는 먼 집』을 발표했다. 두번째 시집인『혼자 가는 먼 집』의 제목을 정할 때 그것이 어쩌면 나라는 자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독일에서 살면서 세번째 시집『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내었을 때 이미 나는 참 많은 폐허 도시를 보고 난 뒤였다. 나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했다. 물질이든 생명이든 유한한 주기를 살다가 사라져갈 때 그들의 영혼은 어디인가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공부하기를 멈추고 글쓰기로 돌아왔다. 그뒤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동화책『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10월 3일, 독일에서 투병 중 별세했다.

책 소개

분야에세이
“아는 사람 집”을 내 속에서 짓지 않는 한,
나는 시를 쓸 수가 없으리라는 것을

허수경 시인의 마지막 산문집 『아는 사람 집』이 그의 유고 시집 『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에 뒤이어 출판사 난다에서 출간됩니다. 허수경 시인이 남기고 간 노트북에는 출처 없이 저장된 몇 편의 파일만이 남았습니다. 일부 원고는 제목만 있었고, 일부는 웹진 『민연』의 이름을 단 채로 존재했습니다. 2011년 고려대학교 웹진 『민연』에 연재를 시작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어디까지 연재했는지, 몇 꼭지나 썼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시작점을 아는데 끝점을 모르는 상태. 오래전 도메인은 삭제되었고 웹진이 사라진 지도 10년이 넘었기에 그간 이 글들을 한데 책으로 꿰는 데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시간이 지나 유고 시집을 내면서 파편적으로 놓여 있던 원고의 주인을 찾기 위해 당시 시인의 담당 편집자였던 임형수 선생(현 충북대 사학과 교수)의 도움으로 오래전 메일함에 남아 있던 연재 원고 전부를 넘겨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껏 삭제하지 않고 간직하고 있던 메일이라니요. 노트북에 남아 있던 원고와 메일함 속 원고는 모두 같았습니다. 그렇게 비로소 파편들의 제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는 사람 집』이라는 제목은 시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초판 2001, 창비)에 실린 시 「바다가」에서 빌려왔습니다. 제목이 지어진 이후, 아는 사람과 죽은 사람은 결국 내가 ‘아는 사람’으로 불리고, 집이니까 무덤이어야 하나 하다가, 다시 시인의 노트북을 펼치고 발굴터 다닐 적 찍힌 몇만 장의 사진을 다시 열어보았습니다. 2007년 하튜사에서 찍힌 사진, 앞이 아닌 등이 나온 사진. 이게 허수경이지요, 뒤만 봐도 허수경입니다. 이건 편집자가 만든 책이 아닌, 허수경 시인이 무덤에서 나와 만든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기일인 10월까지 미룰 것이 아니라 유고 시집과 함께 나와야 하는 책이라 여겼습니다. 모든 인간은 앞보다 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등을 보면 알 수 있듯 시인의 등도 우리에게 말을 거는 듯합니다. 집도 아닌 발굴터에 가서 있던 허수경 시인은 그때 그는 무엇을 쓰고 있었을까요. 우리가 만들었지만, 우리가 만들었다고 하기 힘든 책, ‘모든 인간은 앞이 아니고 뒤로구나’ 여실히 느끼게 하는, 그의 유고 산문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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