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백가흠의 여섯번째 소설집 『가를 두고』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지난 5년 동안 발표한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것으로 모두 코로나19를 지나오면서 씌어졌다. 데뷔 이후 인간의 비틀린 욕망과 잔혹성을 묘파하며 그로테스크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그는 이번 소설집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겪을 법한 보편의 이별과 상실의 자리를 다룬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조형래의 말을 빌리자면 백가흠의 신작 소설집에 “삶의 잔혹성이라는 조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것은 간병, 파산, 실종, 노년의 고립, 가족의 해체, 뒤늦은 애도의 형식으로 변주되어 있다. 백가흠의 초기 소설이 폭력 앞에 노출된 몸을 통해 생의 민낯을 드러냈다면 『가를 두고』는 그야말로 잔혹무도한 세계 속에서 이미 지나간 사건이 뒤늦게 인물의 삶에 도착하는 방식에 관해”(해설 「연착과 사후」) 보여준다. 출간을 앞두고 “쓰면서 편안했고 많이 슬펐던 기억”이 난다고 말한 바 있는 작가는 소설의 소임을 두고 “남의 일은 내 일이 되고 내 일은 남의 일이 되는 것”(‘작가의 말’)이라 정의한다. 그의 말처럼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 아닌 다른 이의 삶의 형태와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삶에서 문학을 떼어놓을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이번 작품에는 가장 가깝다고 여겼던 가족조차 “아무도 모르게” 떠나보낸 인물들이 주로 등장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혹여 울음소리가 바깥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숨을 죽여 우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