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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릅나무의 자리
글쓴이
고영범 저
출판사
강
출판일
2026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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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고영범

연세대 신학과를 졸업하고 뉴욕공과대 대학원 Communication Arts 석사학위를 받았다. 다수의 텔레비전용 다큐멘터리를 제작, 연출, 촬영했으며, 단편 영화 「낚시 가다」를 연출하여 2002년 오버하우젠단편영화제 경쟁 부문에 선정되었다. 「태수는 왜?」, 「이인실」, 「방문」 등의 희곡을 썼으며, 「에어콘 없는 방」으로 6회 벽산희곡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서교동에서 죽다』, 『레이먼드 카버』 등이 있으며,번역한 책으로는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1, 2》 《레이먼드 카버: 어느 작가의 생》 《불안》 《별빛이 떠난 거리》 《나는 다시는 세상을 보지 못할 것이다》 《스웨트》 《예술하는 습관》 《우리 모두》 등이 있고, 쓴 책으로는 《레이먼드 카버》 장편소설 《서교동에서 죽다》와 희곡 <태수는 왜?> <이인실> <방문> <에어콘 없는 방> 단편소설 <필로우 북_리덕수 약전> 등이 있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고영범의 장편소설 『느릅나무의 자리』는 뉴욕에서 맞이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봉쇄된 상황에서 홀로 고립된 ‘나’의 생존기로 시작된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증하면서 학교와 기업체는 모두 문을 닫아걸었고, 모든 사회적 활동이 정지되고 거리는 텅텅 비어버렸다. ‘나’가 맞닥뜨린 것은 세계가 이렇게 “허무하게 질서를 잃고” 무너져내리는 “터무니없는 사태”였다. ‘나’는 악보를 읽으면서 음악을 듣거나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며 속수무책의 무방비를 홀로 버틴다. 정지된 시간 속의 무기력한 일상 속에서 이웃 노인 로지와의 뜻밖의 비접촉 친교 말고는 대부분 혼자만의 뜬금없는 몽상과 상념이 이어졌고, 아파트의 중정에 심긴 오래된 느릅나무의 발견과 상상도 거기에 덧붙는다.

그러던 중 ‘나’ 앞에 무언가가 던져진다. 한국에서 포스터전을 열기로 한 망명 미술가 리덕수를 소개하는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은 것. ‘나’는 리덕수와 만났던 오래전 기억을 더듬어 그를 소개하는 글을 ‘단편소설: 리덕수 약전?필로우 북’이라는 제목으로 쓰게 된다.

『느릅나무의 자리』의 한중간에 끼어 자리잡고 있는 이 「리덕수 약전」은 그저 단순한 삽입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느릅나무의 자리』 전체의 주제를 부각하고 중심을 잡아주는 작품의 핵이다. 「리덕수 약전」은 우선 시간적으로는 각각 코로나의 정점과 그 이후를 다루는 전반부와 후반부의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주는 연결 고리로 기능하고, 지리적으로는 뉴욕에서 시작해 서울, 대구, 교토, 캘리포니아를 거쳐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관통하는 ‘기억’이라는 화두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단편소설의 부제로 빌려온 ‘필로우 북’이라는 텍스트가 있다. ‘나’가 쓴 소설 「리덕수 약전」을 포함해 그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여러 버전의 ‘필로우 북’들의 연쇄는 따져보면 일종의 메타포다. 무엇에 대한? 그것은 외부와 단절된 팬데믹의 봉쇄를 홀로 버티며 “가장 작고 사적인 시간”과 “혼자만의 기억” 속으로 침잠하는 ‘나’의 의식의 궤적과 조응한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근본부터 흔들리는 상황에서 자기 밖의 세계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된 ‘나’는 자기만의 내밀한 공간으로, “작고 좁고 막힌, 이미 잘 알고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가? ‘나’는 말한다. “지나간 일을 정리하는 것과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묘사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전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사물들의 흔적을 상상하고 사물들의 리듬에 자신을 맞추면서 가장 작고 사적인 세계 속에서 발견하는 자기만의 의미에 몰두한다. 낡은 아파트 중정의 느릅나무도 그렇게 자기 안의 세계에 들어앉는다. 원고 청탁을 받고 리덕수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나’는 그런 자기의 일상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이었는지를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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