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파괴하는 진리는
필요하지 않다네”
믿음이 구원이 아닌 분쟁의 씨앗이 되는 현실
전쟁과 학살의 비극 속에서 끝내 인간의 가능성을 묻는다
2001년 6월 『트리스트럼 샌디』를 시작으로 출간해온 대산세계문학총서가 200번째 책을 출간했다. 국내 초역, 해당 언어 직접 번역, 분량에 상관없이 완역을 기본 원칙으로 발간해온 대산세계문학총서는 총 172종 200권, 34개국 168명의 작가를 소개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폭넓은 문학 체험을 선사해왔다. 200번은 역사와 이념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존엄과 삶을 집요하게 탐구해온 현대 러시아 문학의 대표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Людмила Улицкая, 1943~ )의 장편소설 『통역사 다니엘 슈타인Даниэль Штайн, переводчик』이다.
유대인, 게슈타포의 통역사, 파르티잔, 가톨릭 사제. 한 인간의 궤적이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울 만큼 극적이지만, 이는 실존 인물의 삶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다. 다니엘 슈타인은 나치 점령기에는 유대인임을 숨긴 채 게슈타포의 통역사로 일하며 사람들을 구하고, 전후에는 가톨릭 사제가 되어 서로 다른 언어와 종교, 민족 사이를 잇는 삶을 살아간다. 그는 종교와 교파의 이름 아래 증오와 폭력으로 갈라진 사람들의 서로 ‘다른’ 말을 사랑과 용서, 화해라는 ‘공통’의 언어로 ‘통역’하며, 결국 그들이 같은 신을, 같은 가르침을 향하고 있음을 이해하기를 희망한다.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에서 종교와 이념의 대립으로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로 이해하고 공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섬세하게 탐색한 이 작품은 출간 당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으며,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를 진정한 시대의 양심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이 작품은 러시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볼샤야 크니가상을 수상하고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