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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공녀님! 공녀님!(개정판) 3
글쓴이
박희영 저
출판사
가하 에픽
출판일
2015년 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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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박희영

출간작 『악하소서』

책 소개

분야로맨스
1. 작품 소개

‘아렌에게는 못 당해내겠습니다.’

공작 지위만을 바라보며 성장한 베이판 국의 공녀 아르렐리아 폰 레이나스. 하지만 갑작스런 결혼 소식에 가출한 그녀는 남장을 한 채 하일렌 제국으로 향한다. 아렌의 목표는 집안의 후광 없이, 남편이 될 공작보다 더 드높은 이름을 얻어내는 것!
밑바닥부터 시작한 아렌은 기사 제스와 마법사 세이를 차례로 만나며 은밀한 임무를 수행해가기 시작하는데……. 하나씩 맺어지는 인연, 그로 인해 밝혀지는 비밀들. 멈추었던 시간이 저로 인해 흐르기 시작했다는 걸 그녀는 미처 모르고 있었다!

※ 해당 개정판은 2014년 6월 출간된 ‘공녀님! 공녀님!’ 종이책을 바탕으로 제작된 eBook으로, 외전 ‘레아의 일기’(9권)가 추가되었습니다.

2. 작가 소개

박희영

‘도토루모카’라는 필명으로 조아라에서 활동 중입니다. 처녀작이 종이책으로 나오다니 기쁘고 설레면서 걱정도 됩니다. 2년 전의 제가 책을 낸다는 생각으로, 그때의 느낌은 유지하되 많이 보강하고 고쳤습니다. 마지막장을 넘길 때까지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doutormocha

▣ 출간작

할퀴어 주겠어!
공녀님! 공녀님!
11살, 23살

▣ 출간 예정작

악하소서

3. 미리 보기

“아렌, 오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네? 그게 무슨…….”
불쑥 치고 들어오는 질문에 아렌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이는 재스민 차를 그녀 앞에 놓아주며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아까부터 내내 억지로 웃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일부러 밝게 계시려고도 하고.”
“…….”
“제 앞에선 억지로 웃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말에 응답하듯 아렌의 얼굴에서 미소가 씻겨 내려간다.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조막만 한 입술도 굳게 닫혔다.
잠시의 정적 후에 세이가 우는 아이를 타이르듯 부드럽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아렌은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것으로 완곡하게 뜻을 전한다. 세이는 깍지 낀 두 손을 다리 위로 올리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더는 묻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내킨다면 언제든 주저 없이 이야기하십시오.”
“세이, 세이는……. 정말 내 마음을 잘 알아차리네요. 이럴 때는 진짜 마법사 같아요.”
누가 들어도 확연히 느껴질 만큼 목소리가 떨렸지만, 그녀는 그것조차 알은척해주지 않길 바랐다. 그 마음 또한 읽었는지 세이가 품 안에 있는 아기에게 시선을 옮기며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아까부터 안고 있던 그 아기는 뭡니까?”
“제스 베이비예요!”
“뭡니까, 그 이름은?”
유난히 까만 눈동자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아렌은 그 변화를 미처 눈치 채지 못한 채,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흔들어보았다.
“세이 아저씨한테 인사해봐.”
“그 호칭, 달갑지 않습니다. 아렌.”
“세이 아저씨, 해봐.”
“아우, 아부부.”
아렌의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제스 베이비가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아렌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귀엽죠? 세이.”
“예, 귀엽습니다.”
귀엽다고 말하는 세이의 시선은 줄곧 아렌에게만 박혀 있었다. 그가 하는 양이 꼭, 제게 귀엽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어쩐지 민망해졌다. 갓난아기가 귀엽다고 오두방정을 떠는 세이도 상상이 가지 않지만, 이것 또한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갓난아기들은 많이 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인지 제가 본 갓난아기들은 전혀 그렇지 않군요.”
제스 베이비에게 시선을 돌린 세이가 잠시 옛날을 회상하는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호기심이 든 아렌이 슬쩍 물었다.
“갓난아기 많이 봤나 봐요.”
“아뇨, 그렇진 않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니까요.”
“첫 번째는 누구였는데요?”
나름대로 두근두근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세이가 눈을 내리깔며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그건 비밀입니다.”
“흐응, 남자가 그렇게 비밀이 많아서야, 원…….”
아렌이 장난 반 진담 반으로 혀를 끌끌 차자, 세이는 알 수 없는 미소만 지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아렌, 아기를 안고 계시는 게 꽤 잘 어울리시는군요. 동생 돌보는 꼬마 같기도 하고.”
빙글빙글 웃으며 말하는 게 마치 약 올리는 것 같다. 꼬마라니. 그의 말에 마땅히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해 아렌이 이를 갈다가 말했다.
“세이, 지금 시비 거는 거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 얄미워. 가끔 세이 무진장 얄미운 거, 알아요?”
“아까 아렌은 저한테 아저씨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자업자득입니다.”
어쩜 저렇게 얄밉고 여유롭게 웃을 수 있을까. 아렌이 입을 삐죽이 내밀었다가 제스 베이비를 들이밀었다.
“그럼 세이가 한번 안아봐요.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봐줄 테니까.”
“싫습니다.”
“왜요?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내키지 않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단호한 거절에, 아렌이 움찔하며 제스 베이비를 다시 품에 끌어안았다. 세이의 태도는 때때로 무서울 정도로 확확 뒤집힐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랬다. 싸늘해진 그의 얼굴을 보며 아렌이 입술을 달싹였다.
“세이는 가끔 매정할 때가 있어요. 저한텐 항상 잘해주면서.”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이라니까. 아렌은 그 말은 입 밖에 내지 않고 삼키고 앞에 놓인 찻잔을 들었다. 만나면 만날수록 신비로운 사람이었다. 외모도 외모거니와 세상을 달관한 것 같은 그의 태도가 더욱 그랬다. 가끔은 그녀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서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마치 오래전에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어? 세이, 우리 혹시…….”
갑자기 터지는 말에 세이가 그녀의 얼굴을 뚫어질 듯 응시한다. 마찬가지로 세이를 바라보는 아렌의 얼굴이 서서히 기울어진다.
“만난 적 있어요?”
아렌이 무언가 기억날 듯 말 듯한 답답함에 미간을 좁혔다. 묘한 공기가 그들을 감싼다.
“옛날에, 한 번이라도.”
만났다는 것인지, 아닌 건지 세이는 알 수 없는 미소만 짓고 있었다. 아렌은 인상을 찌푸리며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뭔가 중요한 기억이 날 것 같다가도 마치 썰물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번져버린 수채화처럼 기억이 잔뜩 흐릿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세이의 목소리를 듣자 마치 꿈에서 깬 듯, 아렌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아니에요. 세이. 내가 이상한 소릴 했죠? 신경 쓰지 마세요.”
“아렌.”
그가 그녀에게로 손을 뻗어 왔다. 또 무얼 하려고? 아렌이 움찔하자,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좁혀진 미간을 탁 집고 슬슬 문질렀다.
“웃으십시오, 아렌은 웃는 게 예쁩니다.”
“하하…….”
언젠가 자신이 제스한테 했던 행동이란 걸 떠올리니 얼굴이 약간 달아오른다. 세이가 손가락을 떼면서 가볍게 웃었다.
“아렌, 같이 축제 구경을 하러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창밖을 보는 내내, 아렌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상냥한 제안에 아렌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아렌은 당장에라도 ‘네, 가요!’라고 대답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시 다물었다. 제 품에 안긴 제스 베이비의 온기가 의식됐던 탓이다. 이런 작은 아이를 데리고 사람이 넘쳐나는 축제를 돌아다닐 수는 없는 일.
머뭇대는 그녀의 마음을 읽었는지 세이가 마저 말을 이었다.
“아이는 잠시 로도모나스에게 맡기는 게 어떻습니까. 어차피 잠시만 자리를 비우는 것이니.”
“로도모나스, 부탁해도 될까?”
“……응.”
평소라면 저를 빼고 놀러 간다는 데 삐치기부터 할 텐데, 양처럼 순하게 아이를 받아 안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것도 역시 세이가 있어서일까. 아렌은 기죽어 있는 로도모나스를 어떻게든 위로하고 싶어 그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그래, 로도모나스만 믿을게.”
‘믿는다’라는 말에 로도모나스가 기쁜 듯 매우 순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초록색 눈동자도 생기를 되찾아 보석처럼 반짝였다. 아렌도 마주 보고 히 웃어주었고, 그런 그녀에게로 세이가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다.
“자, 가시죠.”
세이의 부드러운 손이 그녀의 손을 그러쥐고는 테라스로 향했다. 아렌은 의아함에 약간 미간을 좁히며 그를 향해 말했다.
“세이, 문은 저쪽…….”
“잊으셨습니까? 아렌, 제가 마법사라는 걸 말입니다.”
은근한 장난기가 배어 있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렌은 제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걸 느꼈다. 배가 간질간질한, 내장이 요동치는 듯한 낯선 느낌에 아렌이 지레 겁을 먹으며 고개를 숙여보았다. 발이, 지면에서 떨어져 있었다……. 발을 까딱여봤지만 밑을 지탱해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
“악!”
아렌이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세이에게 착 달라붙자 세이의 두 눈이 약간 커졌다가 이내 가늘게 휘어진다. 몸을 잔뜩 붙이고 있어선지 그의 낮은 웃음소리까지 귓가에 선명하게 울려온다.
“마, 마법 쓰면 쓴다고 미리 말이라도 해줘야죠. 자, 잠깐. 이 마법이 혹시 중간에 발동을 멈추면 어떡해요? 그, 그대로 떨어지면…….”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제 모습이 떠오르자 얼굴에서 핏기가 가신다. 옷깃을 잡은 손에 절박하게 힘이 들어가는 걸 보자 세이가 그녀의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주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럴 일은 절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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