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 알아?” - 은퇴 후 8년,한 한국교회 사학자가 받아 적은 네 번의 물음“주 하나님이 그 남자를 부르시며 ‘네가 어디에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창세기 3:9). 『너, 나 알아?』를 관통하는 물음은 여기서 시작된다. 감리교신학대학교 한국교회사 명예교수 이덕주는 은퇴하던 해 봄, 산책길 바위에 앉아 한 음성을 들었다. “너, 나 알아?” 모태신앙으로 목사가 되어 평생 목회자를 길러 온 학자였지만, 그는 그 물음 앞에서 답할 수 없었다.이 책은 그 물음에서 시작된 8년의 기록이다. 은퇴 후 잇따라 들려온 네 번의 물음 - “너, 나 알아?” “너, 나 사랑해?” “너는 누구냐?” “그걸 이제 알았냐?” - 을 따라가며 쓴 신앙 고백 43편을 묶었다. 화려한 회심담도, 성공담도 아니다.저자는 박수 받던 50여 권의 저 술과 은퇴 강연을 “제단에 진설된 완벽한 제물” 같았다고 돌아보며, 그것이야말로 “자만과 오만의 극치”였다고 적는다. 무너진 자리에서 저자는 다시 시작한다. 텔레비전과 신문을 끊고, 매일 두세 시간 성경을 필사하며, 서오릉 둘레길을 걷는다. ‘아는 척’ 대신 ‘알아 감’으로, ‘말함’ 대신 ‘들음’으로 신앙의 무게중심을 옮긴다. 핸드폰조차 없이 사는 역사 신학자의 일상은 단순하고 담담하다. 그 단순함 속에서 바람에 날리는 비닐봉지 한 장도, 주워 든 나뭇가지 하나도 묵상의 자리가 된다.책은 골방에만 머물지 않는다.2025년 탄핵 정국, 일부 교회가 광장에서 ‘정치’와 ‘기도’를 외치던 때, 저자는 경제 유튜브 ‘삼프로TV’ 종교 코너에 초청받아 한국 개신교의 역사와 정치 선동을 역사학자의 눈으로 짚는다. 또 평생을 바친 내한선교사사전과 북한기독교역사사전 편찬을 “빚진 자의 심정”으로 돌아본다. 학문과 신앙, 광장과 골방이 한 사람 안에서 만난다.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가 바닥에 이른 이 시점에, 『너, 나 알아?』는 묻는다. 신앙이란 무엇을 ‘아는’ 일이 아니라, 그분을 ‘알아가는’ 일이 아닐까? 부끄러움을 감추지 않는 역사 신학자의 정직함이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