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욱 시인의 시는 남해라는 고향의 태생적 기억을 안고, 그 실존적 장소성을 지키고 키워나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눈에 보이는 건축과 눈에 보이지 않는 언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견고한 실존적 사유를 일구어낸다. 첫 시집 「앵강만」에서 “새로운 세상 볼 수 있는 문門을 만들리라”고 표명하며 삶의 여정을 탐구했다면, 이번 시집은 그 ‘문門’을 통과해 삶과 존재의 무늬를 새겨 ‘문文’의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그가 고향에서 시를 쓰는 일은 매 순간 안팎으로 길항하는 자아를 성찰하는 일이며 자신의 맹목적인 나르시시즘을 극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