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의 의미와 효력(Symbolism Its meaning and effect)
본 저작은 화이트헤드가 흄과 칸트로 대표되는 근대 인식론 전통과 정면으로 대결하는 지각의 상징적 본성을 밝힌 과정철학 강연록이다. 이 전통의 공통 전제는 두 가지다. 첫째, 현시적 직접성(감각 자료)이 유일한 지각 경험이라는 것이고, 둘째, 그 직접성은 동시대의 연장된 현실적 사물들의 세계를 드러내는 어떤 입증적 요소도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흄은 이를 회의주의로, 칸트는 이를 '사유의 범주'에 의한 구성으로 처리했다. 화이트헤드는 양자 모두 시간을 '순수 계기(pure succession)'로 보는 소박한 가정에 의존하며, 이것이 '잘못 놓인 구체성의 오류(Fallacy of Misplaced Concreteness)'에 빠진 것이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본 저작은 인간 지각과 사회 결속의 근저에 놓인 상징 작용의 본질을 파헤친 과정철학의 핵심 저작이다. 저자는 우리의 직접 경험을 두 지각 양식으로 구분한다. 눈앞의 명료하지만 불모한 시각적 감각인 '현시적 직접성'과, 정착된 과거가 현재를 형성하는 무겁고 원시적인 힘인 '인과적 효능'이다. 그는 감각만을 중시한 흄과 칸트의 근대 철학 통념을 전복하며, 인과적 효능에 대한 지각이 훨씬 더 근원적임을 입증한다. 단순한 색깔에서 '의자'라는 사물로 도약하는 자연스러운 지각 작용 자체가 바로 이 두 양식을 융합하는 '상징적 지시'라는 것이다.
나아가 이 이론은 거시적인 사회철학으로 확장된다. 언어나 국가 영웅 같은 상징은 정서를 환기하여 사회를 결속하고 이성의 발판을 마련하지만, 때로는 사회를 난파시킬 위험도 지니고 있다. 결론에서 저자는 '자유로운 사회의 기예는 상징적 규범에 대한 경외와 이를 두려움 없이 수정하는 자유를 결합하는 데 있다'는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