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련을 견디는 엑스트라가 아니다.
불타서라도 엔딩을 훔칠 주인공이다.**
《레즈비언 버닝》은 망가진 세계에서 끝끝내 자신을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믿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박리나는 과거의 폭력과 죄책감을 등에 진 채 살아남은 여자다. 한때 살인기계이자 더러운 도구로 쓰였던 그녀는 이제 아이들을 가르치고, 오래된 포르쉐를 몰고, 겨우 남은 평화를 붙잡으려 한다. 그러나 그녀가 만난 람다람, 본명 문복주는 세상이 정해준 이름과 자리를 거부하는 중학생이다. 담배, 영화, 문학, 분노, 허세, 두려움으로 겨우 버티는 아이. 아직 너무 어리지만 이미 너무 많이 망가진 사람.
이 소설은 청춘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는다. 상처를 성장이라고 속이지 않는다.폭력을 낭만이라고 미화하지 않는다.대신 묻는다.
세상이 너를 엑스트라로 밀어낼 때,너는 아직도 네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가.
《레즈비언 버닝》은 인스타 쇼츠처럼 소비되는 위로, 노쇠한 정치의 언어, 실패한 어른들의 훈계, 영화가 만든 허상, 그리고 그 허상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아이들의 마음을 끝까지 밀어붙인다.이것은 불량한 소녀들의 이야기가 아니다.이것은 불타는 레즈비언들이 폐허 위에서 자기 이름을 되찾으려는 이야기다.
화려한 햇살 아래 샴페인을 드는 엔딩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들은 걷는다.자기 속도로, 자기 상처로, 자기 영화의 마지막 컷을 향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