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이자 '기이한 일들을 전하다'라는 뜻의 전기(傳奇)는 가지런한 일상을 벗어난 놀랍고 특이하고 우연한 것, 현실이 아닌 초현실에 속한 것, 역사서와 경전의 지식이 아닌 변두리의 지식 등 비일상적인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만들어진 서사이다.
원숭이 아내, 물고기가 둔갑한 미인, 협객과 협녀 등 기이한 소재와 신화적 상상력을 취한 서른한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들 각각의 이야기는 신분, 성별, 재산 등 일상을 휘감고 있는 굴레들 안에서 꿈틀거리는 일탈의 욕망을 조심스럽게 꺼내놓는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소망들을 환상적으로 풀어낸 이 이야기들은 우리의 갑갑한 가슴을 시원하게 열어주고, 초라한 어깨를 따스하게 감싸 안는다.
중국 고전문학을 연구하는 소장학자인 저자가 서른한 편의 이야기를 현대어로 맛깔스럽게 번역한 후 각각의 이야기마다 흥미로운 해설을 덧붙였다. 요괴나 귀신이 대개 여성으로 나타나는 이유를 여성학적 관점에서 탐구하고, 베트남의 서사가 중국의 서사에 편입되는 과정을 추적하며 최근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중화주의적 역사관에 문제를 제기한다. 또 고대 협녀의 이미지가 영화 에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밝히고, 남성을 홀리는 요괴 여성의 이미지에서 팜므 파탈의 원형을 발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