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부탁으로 사과문 한 장을 AI로 써 본 적이 있다. 문장은 매끄러웠고 논리는 빈틈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글은 사람의 마음에 닿지 않을 것 같았다. 틀린 데가 하나도 없는데, 정작 사람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한 끗이 비어 있었다.
이 책은 바로 그 허전함에서 시작되었다.
서울대 공대를 나와 40여 년간 IT 최전선을 누빈 엔지니어이자, 대학·기업·언론·법조·금융의 강단에 1,500회 이상 선 저자는 AI를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하나의 사실과 마주했다. 분야도 언어도 저마다 달랐지만, 사람들이 끝내 멈춰 서는 자리는 언제나 같았다. 더 빠른 도구가 아니라 '이 기술 앞에서 나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물음이었다. 결국은, 사람이었다.
『[인인칼럼] 인공지능과 인문학』은 그 물음을 붙들고 인터넷 언론에 연재해 온 칼럼을 한 권으로 벼려 낸 첫 번째 묶음이다. 저자는 AI를 네안데르탈인과, 화가 김홍도와, 세종대왕과, 나이팅게일과 나란히 세운다. 고독과 눈물과 수명이라는 삶의 자리 곁에 AI를 놓아 본다. 스무 편의 소재는 저마다 다르지만, 모든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물음으로 모인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인문학을 기술에 맞서는 학문으로 보지 않는다. 인문학은 기술의 속도를 늦추기보다, 기술의 방향을 묻는다. AI가 답을 더 잘 만들수록 사람은 질문을 덜 하게 되지만,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상상도 함께 사라진다. 이 책은 AI를 깎아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AI라는 거울에 인간을 비추어 사람에게 남은 자리를 또렷이 드러내기 위해 쓰였다.
빠르게 읽고 덮는 책이 아니다. 밑줄과 여백이 가득 차도록, 오래 곁에 두고 곱씹는 책이다. AI에게 답을 묻기 전에, 먼저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할 것들에 관한 스무 번의 성찰이다.
AI는 세상을 바꾸고, 인문학은 인간을 지킨다.
이런 분께 권합니다.
1. AI를 쓸 줄은 알지만, 그 앞에서 무엇을 지켜야 할지 문득 불안했던 분
2. 사용법 책은 여러 권 읽었으나 채워지지 않는 물음이 남은 분
3. 기술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인간다움'을 다시 붙잡고 싶은 분
4. 인문학의 눈으로 AI 시대를 깊이 있게 사유하고 싶은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