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스물두 살의 나이에 등단해 1996년 첫 시집 『처형극장』을 세상에 내놓았었다. 탐미적인 언어로 죽음과 타락의 세계를 실연해 보이는 그 젊은 영혼의 뜨거운 도발에, 평단과 독자들은 그에 합당한 주목과 기대를 보낸 바 있다.
그후 지금껏 시인은 어쩌면 산문가로 더 이름을 날렸다. 문화비평집 『루트와 코드』를 비롯해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그의 산문은 문학과 음악, 미술, 영화 등 다채로운 영역의 텍스트 사이를 종횡하며 시인 특유의 날카로운 감식안과 감수성을 유려하고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보여주었다. 그의 산문에 호의를 품는 이들이 늘고 그들이 시인 강정의 새 시집을 궁금해하고 기대하기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나, 그의 두번째 시집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은 그가 그간 시인이라는 본업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산문가가 아닌 시인 강정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무엇인지를 재확인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