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하루에 7개의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는가?
돈 없고 빽 없는 40대 중반의 가장 이종룡 씨는 하루 20시간 일하고 400킬로를 이동한다. 평균 수면 시간은 2시간. 한가로이 밥 먹을 시간도, 신문 볼 시간도 없다. 월 매출 3000만 원이 넘는 시계 도매상의 사장님이었던 그는 1997년 IMF의 직격탄을 맞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월급날은 곧 빚 갚는 날이었다. 아내에게는 10년이 넘도록 1000원짜리 한 장 가져다주지 못했다. ‘도덕적 불감증’이 우려될 만큼 개인파산신청과 면책제도를 악용해 빚을 없애는 사람이 많은 요즈음 이종룡 씨의 행보는 신선하기까지 하다. 꿈도 희망도 보이지 않는 빚의 밑바닥. 하지만 그는 결국 살아남았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정면 돌파를 선택함으로써 미련할 정도로 우직하게 빚을 갚은 사연은 〈시사매거진 2580〉, 〈출발 모닝와이드〉를 통해 소개되어 평범한 이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3억 5천만 원의 전쟁』은 정직하게 자신의 인생을 받아들인 이종룡 씨의 희망어린 외침이다.
‘생존’과 ‘희망’!
경제 성장률과 일자리 전망치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회사들은 반강제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했고 임금은 동결되거나 삭감되었다.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IMF총재는 올해가 우리 생애 최악의 해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관건이 되었다. 강하거나 현명하다고 생존을 보장 받을 수는 없다. 수요가 적고 공급이 많은 이 시점에서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무엇일까? 근면, 성실을 바탕으로 한 마음가짐이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절망의 늪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면 반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매달 월 450만 원을 벌고 있다. 만일 내가 아르바이트 하는 게 쪽팔린다거나 자존심이 몹시 상한다고만 생각했더라면 이렇게 큰돈을 벌 수 있었을까? ‘직업’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직업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다.
가진 것 없는 서민이 억대 빚을 지고 ‘이 빚을 모두 갚아야만 해’라고 생각하는 건 절대 쉽지 않다. 끝이 보이지 않는 빚의 밑바닥에서 이종룡 씨는 마흔이 넘은 나이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는 학교 간판도 없고 뚜렷한 기술도 없는 중년 남자의 최상이자 최선의 선택이었다. 물러날 곳은 없었다.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초라해진 마음을 추스르며 마침내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용기와 노력, 의지와 끈기 등 흔하지만 지키기는 어려운 가치의 중요성을 이종룡 씨는 온몸으로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