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은 왜 스스로 비합리성을 욕망하는가?'
빌헬름 라이히가 그의 저작 『파시즘의 대중심리』에서 제시한 의문은 이 한마디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이 파시즘에 휩싸였던 시절에 쓰여진 이 책은 독일 대중 일반이 파시즘 성향을 가진 지도자에게 일방적으로 억압되었다기보다는 대중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비합리적이고 도착적인 욕망이 이러한 정치지도방식을 불러왔다는 관점에서 시작한다.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기 보다는 가볍게 믿고 맹목적이고 싶어하는 대중의 심리를 라이히는 지도자의 성격구조와 대중들의 성격구조 사이의 상동성으로 설명한다. 대중이 파시즘을 탄생시키고 파시즘을 유지해 간다는 이러한 관점은 기존의 정치철학에 새로운 화두를 제시하였다.
당시 대중이 가지고 있던 이러한 성격구조를 성의 억압경향과 권위주의적인 가족구조, 이것이 확장된 민족주의적 국가구조에서 찾으며 개인의 사고를 활성화 시키고 비판의식을 강화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성의 해방을 촉구한다. 나아가 이렇게 개방된 성적 에너지를 기반으로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 노동민주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파시즘이 열병처럼 휩쓸던 당시 독일에서만이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의식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파시즘에 대한 묘한 열망을 점검하고 오늘의 대중 의식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그 의미가 깊은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