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바랄 게 없겠다”는 말을 듣던 200억 자산가의 오십도, 흔들렸다
이천만 원을 들고 필리핀으로 떠난 부부는, 18년 뒤 자산 200억 원의 호텔·리조트를 일군 사업가가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성공의 비법을 파는 책이 아니다. 200억 원을 이룬 여자의 오십이, 어느 날 아침 화장대 앞에서 소리 없이 흔들린 이야기다. 그리고 그 흔들림 끝에서 인생을 다시 시작한 이야기다.
장면은 구체적이다. 허리까지 오는 풀숲을 헤치고 올라간 언덕 위 망고나무 아래에서, 수중에 이천만 원뿐인 남편은 5억 원이 넘는 땅의 계약서에 서명한다. 투자자를 기다리는 동안 저자는 홈스테이 학생까지 열세 명의 밥상을 하루 세 번 차린다. 그렇게 18년, 직접 개발한 주거 단지와 소형 호텔, 바닷가 글램핑장이 생겼고 두 아이는 명문대에 들어갔다. 사람들은 말한다. “더 이상 바랄 게 없겠다.” 그러나 정작 저자는 가르마를 따라 촘촘히 올라온 흰머리 앞에서,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과 마주한다.
저자는 이 시기를 ‘사춘기보다 더 쎈 오십의 오춘기’라 부른다. 몸의 변화, 감정의 롤러코스터, 직함 뒤에 숨어 있던 공허. 이 책의 미덕은 그 혼란이 ‘내 잘못’이 아니라 호르몬 변화가 만드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정면으로 말해 준다는 데 있다. 자책 대신 이해를, 두려움 대신 재정비를 권하며, 몸·마음·관계·돈·커리어라는 다섯 영역에서 오십 이후를 다시 설계하는 법을 저자 자신의 실전 경험으로 보여 준다.
시중의 ‘오십’ 책들과 이 책이 갈라지는 지점은 화자의 자리다. 상담 전문가의 처방이 아니라, 같은 회오리를 반 발짝 먼저 통과한 동행자의 육성이다. 성장과 성공만을 말하지 않고 흔들리고 고민하고 돌아가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 주는 힐링 에세이이자, 루틴·시간·돈·취미·기록이라는 도구를 손에 쥐여 주는 자기계발서이기도 하다. 롱제비티 시대에 오십에게 가장 절실한 건강 관리의 실질적인 팁을 나누고, 오십에 무언가를 새로 시작해 삶을 바꾼 평범한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로 독자의 등을 밀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