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의 제자이자 위르겐 하버마스를 비롯한 현대 사상가들에게 깊은 영감을 준 현대철학의 거장 한스 요나스. 그가 평생을 바친 문제의식이 담긴 대표작 『기술 의학 윤리―책임 원칙의 실천』이 개역 작업을 거쳐 기존 번역과 편집상의 오류를 바로잡고, 감각적인 판형과 새로운 디자인의 개정판으로 독자들을 다시 찾았다.
이 책은 요나스가 정립한 ‘책임 윤리’의 사상적 골자를 기술윤리, 그리고 의학과 유전공학이라는 가장 뜨거운 실천적 사례들에 적용한 치열한 사유의 기록이다. 저자는 단순히 과학기술을 비판하는 데 머물지 않고, 기술 자체가 지닌 '멈출 수 없는 역학'과 '자기증식적 속성'을 날카롭게 해부한다. “지식의 획득 과정(실험) 자체가 이미 현실 세계에 돌이킬 수 없는 개입을 수행한다”라는 그의 성찰은, 그동안 우리가 신봉해 온 ‘과학의 가치중립성’이라는 오랜 알리바이를 단숨에 무너뜨린다.
1987년에 쓰인 이 책은 오늘날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이 일상이 된 시대에도 놀라울 만큼 현재적인 질문과 통찰을 던진다. 의료인과 생명과학자, AI·IT·공학·바이오 분야 종사자에게는 첨단 기술이 마주한 윤리적 딜레마를 성찰하는 기준이자 연구와 실천의 나침반이 될 것이며, 정책 입안자와 행정가에게는 기술의 발전과 공공의 이익, 규제와 자유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거시적 관점을 제시한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문명 속에서 인간의 존엄과 미래 사회의 방향을 고민하는 모든 독자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넘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 깊은 철학적 통찰을 선사하는 현대의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