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에는 매일 환자의 증상과 처치, 경과가 빼곡히 적힌다. 그러나 그 여백에는 끝내 남기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다. 벚꽃 아래 십 분의 점심시간, 뜸불에 놀라 추던 탭댄스, 옥상에서 나눈 눈물과 웃음, 낫게 해드리지 못해 밤새 뒤척이던 마음까지.
이 시집은 어느 한방병원 침구과 수련의가 인턴부터 레지던트 3년차까지, 네 번의 겨울을 통과하며 써 내려간 기록이다. 낯설어서 오히려 눈부셨던 인턴 시절부터, 세 개의 얼굴로 하루를 버티던 시간, 그리고 졸업을 앞두고 지나온 계절을 되돌아보는 마음까지 담백한 언어와 유쾌한 비유로 그려낸다.
거창한 사명감이 아니라 삶은 계란 하나, 커피 한 잔, 서로를 챙기던 동기들의 온기로 버텨온 시간들. 낯선 곳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줄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