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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것들의 초상(肖像)
글쓴이
박선형 저
출판사
청어
출판일
2026년 8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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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박선형

시인 박선형
본명은 박소연.

예비역 육군 대위인 저자는 25사단 신병교육대 화생방 교관과 교육사령부 번역장교로 근무했고, 전역 후 육군 전투병과 여군으로서는 최초로 예비군 훈련에 참가했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산타바바라에서 정치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국제분쟁 및 협력연구소(IGCC),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ANL)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핵무기 전략을 연구했다. 현재는 한국에 머물며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글을 쓰고 있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 프롤로그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길을 가슴에 품고 있다. 그리고 수십억 갈래의 그 길들은 서로 얽히고설켜 하나의 길이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내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나의 삶을 담고 있지만, 이것은 하나의 길로 이어지는 모두의 이야기이다.

태아라는 작은 물방울이 세상이라는 바다에 떨어져 무한한 그 존재의 근원을 마주하는 여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내가 할 이야기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대중이 열광하는 극적인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떤 신화적 요소가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것은 내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폭력으로 점철된 눈물과 나 자신을 기만했던 날들에 대한 수치스러운 기록이다.

이 이야기를 쓰는 것은 세상에 나를 벌거벗겨 놓는 일처럼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써야만 했다. 더 이상 거짓된 나로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더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면, 모두가 어린아이와 같은 이 이야기를 함께 키우며 서로가 위로받고 서로가 성장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불명확한 어느 나이대부터 우리는 ‘성장’하는 것이 아닌 ‘나이 든다’는 표현을 쓴다. 나로서는 여간 못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영혼은 죽음을 경험하고 난 이후에도 계속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끊임없이 나아가는 불멸의 의식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자연과 하나였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생각이란 칼날이 자연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베어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일부임을 기억하지 못한 채,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은 채 평생을 살아간다.

우리 삶의 목적은 나 자신을 찾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나머지는 인연에 의해 잠시 만나고 사라지는 꿈 같은 것들이다.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나를 발견하는 과정에 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 때까지 우리의 성장은 멈추지 않는다.

같은 문장도 물음표와 느낌표에 따라 전혀 다른 글이 된다. 하나는 의문이고 하나는 확신이다. 선 하나가 전혀 다른 뜻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우리는 늘 이런 사소한 점 하나 혹은 굴곡 하나로 예상치 못한 뜻밖의 삶을 살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내 삶의 무수한 점들에 이끌려 때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었고, 낯선 사람들 사이를 떠돌며 다양한 삶을 살았다. 그 이끌림에 의해 참 멀고도 먼 길을 많이 돌았다. 나는 우물 밖의 세상을 경험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 한 마리 개구리다. 돌고 돌아 원점으로 왔지만, 그 원점은 이전의 원점과는 다르다. 이제는 우물 안에서 닫힌 하늘이 아닌 활짝 열린 하늘을 마음껏 본다.

우리 삶의 완성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변해가는 과정의 모든 순간이 이미 성공이고 완성이다. 바로 지금, 우리는 그 성공의 이야기를 써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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