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과 해학의 진경, 방언문학 시세계의 결정판정본 육근상 시집『가래울』“가래울은 세상의 중심이고 모든 것은 가래울을 통해야 하는 것이고 그 장엄한 곳에서 나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구나 생각하였다.” (산문 「귀신이 온다」 중에서)1990년 『삶의문학』으로 등단한 이래 제12회 오장환문학상 수상, 『절창』, 『만개』, 『우술 필담』, 『여우』, 『동백』 등 5권의 시집을 펴내며 삶의 현장에 뿌리내린 방언과 그 생명력을 길어 올린 육근상 시인의 35년간의 시세계가 담긴 정본이 출간되었다.시인은 한국 현대시가 잃어가고 있는 오래된 것, ‘방언’에 줄곧 집중해왔는데, 그의 시편들은 실향과 회귀의 감각을 넘어, 고향 땅과 말씨를 시혼으로 삼는다. 특히 이번 정본의 표제가 되기도 한 ‘가래울’은 충청도 금강 유역의 작은 마을로, 시인이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한 고향 마을이다. “이제 다 늙은 귀신들이 하나둘 가래울로 들어오고 있다.” (산문 「귀신이 온다」 중에서)시인은 그곳의 방언, 함께 살아온 이들의 생애, 들판과 강가의 기운을 자신 시편의 재료로 삼았다. 시인에게 가래울은 자신의 뿌리가 심긴 고향이면서 동시에 시적 원형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지난 5권의 시집을 ‘가래울’이라는 제목으로 불러낸 것에는, 흩어졌던 시편들을 다시 고향의 말과 땅으로 불러들이려는 시인의 깊은 마음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