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많은 책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오랜 세월을 견디며 살아남은 책들은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책은 지식을 전하고, 어떤 책은 역사를 기록하며, 어떤 책은 삶의 길을 보여 줍니다.
내가 오랫동안 가까이해 온 책 가운데 특별히 마음에 남는 두 권이 있습니다. 하나는 육우(陸羽)의 《다경》이고, 다른 하나는 허준(許浚)의 《동의보감》입니다. 처음에는 이 두 책이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경》은 차를 이야기하는 책이고, 《동의보감》은 의학을 이야기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다경》을 읽을수록 차를 넘어 삶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동의보감》을 읽을수록 병을 넘어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육우는 차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말하였고, 허준은 양생을 통해 몸과 마음의 조화를 말하였습니다. 두 사람의 시대는 달랐고, 학문의 분야도 달랐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바라본 인간은 같았습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 몸과 마음이 하나인 존재, 그리고 스스로 삶을 가꾸어 가야 하는 존재였습니다. 차는 몸을 적시고, 양생은 몸을 돌보며, 수행은 마음을 밝힙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다른 길처럼 보이지만, 결국 한곳으로 모입니다. 바로 건강하고 평안한 삶입니다.
나는 오랫동안 한약과 약초를 연구하며 《동의보감》을 공부해 왔고, 또한 차와 명상, 수행의 길을 함께 걸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차 한 잔이 단순한 기호식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차는 자연을 배우게 하고, 몸을 돌보게 하며, 마음을 바라보게 합니다. 그래서 차는 곧 양생이 되고, 양생은 수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다경》의 철학을 통해 차를 이해하고, 《동의보감》의 지혜를 통해 건강을 이해하며, 차와 약초, 수행과 명상을 함께 살펴보고자 하였습니다.
이 책이 차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건강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작은 길잡이를, 수행의 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조용한 벗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독자 여러분과 함께 차 한 잔의 향기를 따라 《다경》과 《동의보감》이 만나는 길을 걸어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