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의 미술관' 시리즈는 독일 로볼트(Rowohlt Verlag GmbH)출판사 로로로(rororo) 중에서, Mein Bild 시리즈를 번역한 것이다. ‘내 손안의 미술관’ 시리즈는 소설도 아니고, 그림책도 아닌, 그 중간쯤 되는 책이다. 다른 미술책에 비해 텍스트가 전달해주는 재미와 상식, 지식이 가득하다. 각권이 한 화가를 다루지만, 저자들은 각 화가의 대표적인 작품 하나씩을 선정하고, 그 그림을 책의 모티브로 삼아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이 시리즈는 화가의 유명한 그림의 배경뿐 아니라, 더 넓게는 당시의 상세한 풍경―시장과 집안 모습, 축제와 결혼식 등등―과 화가의 상상력과 꿈, 포부, 붓 하나하나에 실린 기술과 의미 등이 날실과 씨줄처럼 얽혀 하나의 소설처럼 읽히게 씌어져 있다.
브뢰겔이 그린 〈게으름뱅이 천국〉에는 빵이 언덕을 이루고 우유가 바다에 차고 넘친다. 소시지가 나무에 주렁주렁 열리는가 하면, 잘 익은 통닭과 돼지고기가 구수한 냄새를 풍기면서 걸어다닌다. 가만히 누워서 입만 떡 벌리고 있으면 포도주가 저절로 입 속으로 흘러들어오는 신기한 곳이다. 그러나 브뢰겔은 네덜란드 역사의 가장 어두운 시대를 살았다. 하지만 그는 조국의 슬픈 운명과 자신의 불운을 탓하기보다는 붓을 통해서 웃음을 선사하고 용기를 북돋우며, 명랑한 교훈과 구수한 속담으로 가득 찬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