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로 굳어져 버린 ‘음악’의 외피를 벗기고, 그 안에 동사의 형태로 살아 있을지 모르는 그것을 사변과 실천을 통해 모색한다. 1990년대부터 전 세계 실험 음악계에서 활동해 온 일본의 기타 연주자이자 즉흥 연주자, 작곡가 스기모토 타쿠가 음악을 둘러싸고 오랜 시간 이어온 사유를 엮었다.
존 케이지의 「4분 33초」 이후 음악에서 ‘침묵’이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되었는지를 출발점으로, 작곡과 즉흥 연주의 관계, 소리가 과연 소리 그 자체로만 존재할 수 있는지, 음악이 의존하는 시스템과 언어가 어떻게 우리의 청취를 규정하는지 탐구한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 넬슨 굿맨의 『세계 제작의 방법』, 마르셀 뒤샹의 「샘」 등을 참조하며 독자적인 논의를 펼쳐 나간다.
2006-2008년 도쿄에서 10회에 걸쳐 발행된 비평 진 『산타三太』에 발표된 글과 한국어판을 위해 한국의 음악가 로 위에와 2026년에 나눈 대화를 실었다. 실험 음악을 소개하거나 해설하기보다 ‘듣는다’는 행위와 ‘음악’이라는 개념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집으로, 예술과 언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