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과학 연구가 인간의 삶에 ‘도구 혹은 기술’로서 유용한 가치를 지녔던 것일까?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사실상 과학계가 엄청난 진보를 거듭하던 19세기까지도 ‘과학’은 지식인의 영역이었고 ‘기술’은 교육을 받지 못한 장인들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징집되어 참호 속에서 죽어갔던 과학자들이, 그 몇 년 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징집을 면제받고 후방에 모여 비밀 임무를 수행, 원자폭탄을 탄생시켰다. 이때부터 과학과 기술, 연구와 개발은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취급되었다.
이 책은 선사시대의 인류가 최초의 돌 도구를 만든 때로부터 원자폭탄에 이르기까지 과학, 기술과 관련된 역사적 내용들을 집대성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계기와 동력으로서의 과학과 기술의 역사적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도록 쓰여져 있다.
특히 중국 문명에 대한 저자의 올바른 평가는 서양 중심적인 기존의 과학사와 세계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연대기에 묶여 역사적 사건들을 단편적으로 훑는 데에서 벗어나 과학과 기술의 눈으로 세계 역사의 흐름을 새롭게 살펴보는 것은, 박제된 듯한 세계사의 흐름에 드라마틱한 생동감을 싣는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2000년 세계역사학회(WHA) '최고도서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