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한국이 당면한 위기를 ‘선진국병’이라는 시각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선진국병은 단순히 성장이 둔화하는 현상을 넘어서, 혁신, 제도 및 정치가 동시에 경직되며 사회 전체의 활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가리킨다. 중진국 함정이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는 덫”이라면, 선진국병은 “문턱은 넘었지만 성장과 복원의 능력을 잃어버리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이러한 선진국병의 전형적 증상을 폭넓게 공유하면서 한국 특유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병”에 걸렸다고 할 수 있다. 각종 지표상으로는 선진국에 올라섰지만, 일상에서 체감하는 삶의 질과 미래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후퇴하는 듯하다. 성장률은 바닥을 기고, 청년들은 ‘괜찮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불안 속에 내몰린다. 혁신과 도전 대신 눈앞의 이해관계와 안전한 선택이 우선시되고, 정치와 행정은 끝없는 갈등과 더딘 조정으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 선진국이라면 응당 누려야 할 삶의 질과 안정, 개방성과 포용성 대신 집단적 피로와 냉소가 점점 더 깊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
선진국병에 걸려가는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다시 되살릴 수 있을까? 답은 냉정한 현실 인식과 실행으로 이어지는 개혁의지에 달려 있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生卽死, 死卽生)”라는 말은 전쟁터에서만 통하는 말이 아니다. 체제를 바꾸고, 기득권을 건드리고, 익숙한 방식을 내려놓는 일은 언제나 두렵다. 그러나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제1부에서는 선진국의 조건과 선진국이 걸리기 쉬운 선진국병의 실체를 분석한다. 제2부에서는 영국, 일본, 독일 및 이탈리아 등 실제로 선진국병을 경험한 사례를 통하여 선진국병의 다양한 모습과 개혁의 성과와 한계를 살펴본다. 제3부에서는 한국경제의 증상과 근본 원인을 진단하고, 선진국병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 과제를 모색한다.
이 책이 멈춰 선 한국경제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작은 동력이 되어, 우리가 모두 다시 한번 ‘희망의 나라’를 꿈꿀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