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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뜨거운 태양 아래서
글쓴이
가산 카나파니 저
출판사
열림원
출판일
2026년 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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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가산 카나파니

팔레스타인의 저항문학 소설가이자, 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PFLP)의 대변인 겸 주간지 『알-하다프』 편집인으로 유명하다. 추방자, 투사, 작가로 이어지는 가산 카나파니의 삶은 바로 팔레스타인 민중의 삶 자체였다고 평가받는다. 1936년 팔레스타인 서북부 작은 항구 아크레에서 태어났다. 시온주의 이민을 지지하는 영국 정권에 반발하는 시위로 여러 차례 복역한 변호사 아버지 무하마드 파이즈 압둘 라자의 셋째 자녀였다. 그의 가족은 1948년에 제1차 중동전쟁(아랍-이스라엘 전쟁)을 피해 레바논을 거쳐,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에 정착했다. 그는 1952년 UN 팔레스타인 난민 기구(UNRWA)에서 중등교육 자격증을 받았고, 난민 수용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틈틈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다마스커스와 쿠웨이트에서 교사와 언론인으로 일했고, 나중에 베이루트로 옮겨가서 『알-하다프』 등 여러 언론에 기고하며 아랍 민족주의운동의 적극적인 일원이 됐다. 1972년 베이루트에서 폭탄이 설치된 그의 차가 폭발하며 암살됐다. 모사드가 같은 해 벌어진 로드공항 테러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사후 헌정시집이 출간되고 아프리카-아시아 작가회의에서 ‘연 꽃 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너에게 남은 모든 것』, 『사아드 엄마』, 『하이파로의 귀향』 등 장편소설 5권, 단편집 5권, 희곡 2편, 팔레스타인 문학에 관한 논문집 2권이 있다.

책 소개

분야소설
총성과 폭격 아래 무너지는 삶을 끝내 붙든 문제적 시선
폭력과 국경의 시대를 살아낸 자들의 문학적 증언

“유태인이 그 불쌍한 마을을 장악하기 하루 전날 밤,
당신의 생명을 거둬 가신 신은 분명 당신에게 자비를 베푸셨던 것이오.”

가산 카나파니의 중단편집 『뜨거운 태양 아래서』가 열림원에서 복간되었다. 2006년 절판 이후 약 이십 년 만에 다시 독자 앞에 놓인 이 작품집은, 더 나은 삶을 찾아 국경을 넘어설 수밖에 없었던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이동 서사를 통해 고향 상실과 추방의 체험 그리고 그럼에도 지속되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조건을 응시한다. 그러나 카나파니가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탈출과 생존의 서사가 아니다. 그가 겨냥하는 것은 삶의 기반 자체를 박탈당한 인간이 마주해야 하는 침묵의 심연이며, 그 심연 속에서도 완전히 소거되지 않는 기억과 존엄의 미세한 잔광이다. 사막이라는 극한의 지리적 조건, 검문과 통과가 교차하는 국경의 장치들, 물탱크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 갇힌 신체를 통해 카나파니는 전쟁과 폭력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잠식하며 인간의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해체하는지를 집요하게 밀어붙인다. 그의 문학에서 역사적 비극은 거대한 사건의 연대기적 서술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것은 한 인간의 신체적 고통, 기억의 균열, 가족의 생계와 미래가 동시에 붕괴되는 가장 미세한 순간들 속에서 비로소 구체적 실체를 획득한다. 이러한 서사 방식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를 단순한 지역사의 기록에서 끌어올려, 폭력의 조건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존엄이라는 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묻는 철학적 텍스트로 확장시킨다.

이 작품집이 오늘날 다시 읽혀야 하는 이유는 카나파니가 포착한 세계가 과거의 특정한 역사적 국면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전쟁과 점령, 강제 이주와 국경의 배제는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 반복되고 있으며, 수많은 삶은 지금도 정치적 언어와 제도적 분류 속에서 익명화되고 통계로 환원되고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이러한 익명성의 구조를 가로지르며, 삭제된 개별 존재의 얼굴과 목소리를 복원하는 문학적 윤리를 제시한다. 이 작품집의 역사적 의의는 특정 민족사의 증언을 넘어, 폭력의 세계 속에서 인간이 기억을 통해 어떻게 스스로를 보존하는가를 보여주는 데 있다. 동시에 이 문학의 가치는 재현의 차원을 넘어선다. 카나파니는 사건을 설명하는 대신, 극한의 상황 속에서 나타나는 침묵과 균열, 지연된 감각을 통해 인간 존재의 조건을 드러낸다. 문학은 현실을 재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현실이 은폐한 것을 감각적으로 복원하는 인식의 형식으로 기능한다. 결국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과거의 비극을 기록하는 텍스트가 아니라, 현재의 윤리 감각을 지속적으로 흔들어 깨우며 인간이 인간으로 남는 조건을 끝까지 묻는 문학적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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