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서클”은 H. P. 러브크래프트를 중심으로 세계관을 공유하는 일군의 작가와 그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입니다.
이 단편은 중세 시대의 가상공간 아베루아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베루아뉴 연작’에 속합니다. 1369년 아베루아뉴의 페리공 수도원 주변에 붉은 혜성이 출현하면서 괴이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반인반수의 외계 괴생명체가 나타나 무자비한 살인을 일삼는데요. 수도원 일대 즉 ‘페리공’, ‘생트 제노비’, ‘심’ (모두 스미스가 창조한 가상공간) 등지에서 밤마다 엽기적이고 무자비한 만행이 되풀이되지만 사람들은 신출귀몰하는 괴수에 속수무책입니다. 일대는 패닉 상태에 빠지고, 치안관과 수도원장 테오필은 결국 마법사의 도움을 청하는데요. 이 단편은 도움을 요청받은 점성가이자 마법사 ‘뤽 르 쇼드로니에’가 어떻게 이 문제에 대처했는지를 비밀 기록으로 남기는 형식을 취합니다.
이 작품에 자신만만했던 스미스는 《위어드 테일스》에 보내면서 거절당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작품에 대한 아무런 코멘트 없이 거절당하는데, 스미스의 심리적 충격이 상당했다고 합니다.
원고를 탈고하고 계약을 맺기까지의 과정은 오거스트 덜레스에게 보낸 편지에 잘 드러납니다. 편지 중에 거절당한 이유를 모르겠으니 덜레스에게 한번 읽어봐 달라고 부탁하는데요. 작가치고는 상업적 감각이 남달랐던 덜레스는 냉정하면서도 효율적인 조언을 합니다. “이야기가 너무 산만하니, 뤽 르 쇼드로니에의 관점에서 서술하는 방식으로 바꾸되, 다른 부분들이 약간 지루하고 늘어지는 느낌”이라고 말이죠. 분량을 줄이라는 얘기죠. 스미스는 이 충고를 그대로 따릅니다. 분량을 4분의 1(약 1500단어) 가량 덜어내고, 원래 3부로 구성된 것을 쇼드로니에의 관점 하나로 서술 방식을 바꿉니다. 이후에도 작가로서 원치 않는 감량과 수정을 거듭한 끝에 《위어드 테일스》로부터 오케이 사인을 받아내는데요.
스미스는 “수정을 거듭하면서 굉장히 좋아졌다.”고 자평했다지만, 원본을 줄이고 서술 방식을 대폭 변경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기도 합니다. 출판매체가 선호하고 더 팔린다고 해서 다 훌륭한 작품은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