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세계는 종언을 고했다. 생태학적 재앙에 가까운 기후위기, 파행을 거듭하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이 모든 위기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현실을 디스토피아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무엇이고, 이러한 위기의 조건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고, 말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이 책 『금붕어의 철학: 알튀세르, 푸코, 버틀러와 함께 어항에서 빠져나오기』(이하 『금붕어의 철학』)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책의 부제가 던지는 도발적인 화두, 즉 “금붕어는 어항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그래서 단순한 은유가 아니다. 주체와 권력, 이데올로기와 현실, 담론과 실재라는 철학의 핵심 개념들이 포스트-구조주의의 틀 안에서 어떻게 뒤엉키고, 또 풀릴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철학이 정치적 실천과 만나는 자리에서 우리는 과연 어항 바깥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 어항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금붕어의 철학』은 현대 프랑스철학 중에서도 가장 논쟁적이고 급진적인 흐름인 포스트-구조주의를 다룬다. 루이 알튀세르(Louis Althusser),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를 중심으로 설명을 전개하지만, 개별 사상가들의 생애랄지 핵심 개념들에 대한 정의랄지를 나열하며 제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포스트-구조주의라는 사상 전체를, 조금 더 넓게는 현대 프랑스철학을 일이관지(一以貫之)하는 하나의 핵심 관념으로서 주체와 권력이라는 개념쌍을 전제하고 이 세 사상가를 해제한다. 분명 논리적 순환성이 있는 방식이지만, 저자는 이 책이 연구서가 아니라 입문서임을 감안하여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리고 스스로 사유하고 질문할 수 있도록 이를 감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