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베란다에는 팔지 못한 현금이 쌓여 있습니다. 유모차, 캠핑 의자, 안 쓰는 소형 가전, 아이 자전거. 시세를 뽑아보면 한 집에 200만 원어치가 예사입니다. 그런데 그 집 주인은 3년째 팔지 못합니다. 사진 찍고, 시세 보고, 채팅 스물세 개에 답하고, 저녁 여덟 시에 아파트 정문에서 낯선 사람을 기다리는 그 두 시간을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두 시간을 대신 팔아 수수료를 받는 사업의 전 과정을 다룹니다. 물건을 사지 않으니 초기 자본은 12만 원이고, 안 팔리면 돌려주면 되니 현금 손실이 구조적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부업 중에 이만큼 하방이 막혀 있는 모델은 드뭅니다.
저자는 개념 설명에 지면을 쓰지 않습니다. 대신 반경 500미터 안에서 첫 의뢰인을 찾는 동선, 시세를 3분 만에 확정하는 검색 루틴, 사진 여덟 장의 순서, 하자를 먼저 고백하는 본문 템플릿, 네고를 거절하면서도 거래를 살리는 4단계 대화, 노쇼를 막는 확정 메시지, 재의뢰를 만드는 정산서 아홉 항목을 본문 안에 통째로 심어두었습니다.
1장부터 8장까지의 흐름은 그대로 실행 순서입니다. 시장을 읽고, 계정과 장비를 세팅하고, 의뢰인을 확보하고, 값을 매기고, 등록하고, 응대하고, 정산하고, 마지막에 혼자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습니다.
읽고 나면 손에 남는 것은 영감이 아니라 다음 주 화요일 오후에 할 일입니다. 그리고 30일 뒤에는 남의 물건을 팔아 받은 첫 수수료가 통장에 찍혀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