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惡)에서 미(美)를 캐낸 근대시의 첫 페이지"
1857년 프랑스에서 초판이 출간된 샤를 보들레르의 『악의 꽃』은 낭만주의의 황혼과 상징주의의 여명 사이에 자리하며, 프랑스 현대시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기념비적인 시집이다. 1861년 재판에서 지금의 여섯 부 체제로 완성된 이 시집은 우울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는 내면(「우울과 이상」), 근대 도시 파리를 떠도는 산책자의 시선(「파리 풍경」), 술과 향락으로의 도피(「술」), 관능과 죄악의 세계(「악의 꽃」), 신에 대한 반항(「반항」), 죽음에 대한 사유(「죽음」)로 이어진다.
보들레르는 추(醜)와 미(美), 선과 악, 육체와 영혼이 뒤엉킨 인간 존재의 이중성을 응시하며 도덕적 금기를 서슴없이 건드린다. 출간 직후 그는 '공중도덕 훼손' 혐의로 기소되어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시 여섯 편은 프랑스에서 1949년까지 발매 금지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이 스캔들은 오히려 시집의 급진성을 증명하는 사건이 되었다.
『악의 꽃』은 이후 베를렌, 랭보, 말라르메로 이어지는 상징주의 시의 토양이 되었으며, 권태와 우울(spleen)이라는 근대적 감수성을 문학의 중심 주제로 끌어올린 최초의 시집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