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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ㄴ ㄷ ㄹ ㅏ ㅑ ㅓ ㅕ의 노래
글쓴이
나해철 저
출판사
문학과행동
출판일
2026년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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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나해철

1956년 전남 나주에서 태어났다. 유아 때부터 10세까지 영산강의 둑 바로 밑에서 살았다. 상여가 나가고, 굿판이 열리고, 마당에서 혼례를 올리고, 큰집에 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는 동안, 바라보는 흥겨움과 신비와 슬픔이 있었다. 1972년 광주일고에 입학하여, 후에 ‘5월시’ 동인이 되는 곽재구, 박몽구, 최두석을 동기동창으로 만나고, 나종영과 박주관에 이끌려 문학 서클 ‘용광’에 가입했다. 대학에서는 곽재구가 곁에서 시를 잃지 않게 해 주었다. 1976년 대구 영남대에서 주최하는 천마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되었다.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5월시’ 동인에 합류했다.

시집으로 『무등에 올라』, 『그대를 부르는 순간만 꽃이 되는』, 『긴 사랑』, 『꽃길 삼만리』 등을 펴냈다. 2016년 세월호 참사 때 304편의 하루 한 편의 시를 써 페이스북에 발표했고, 『영원한 죄 영원한 슬픔』이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엮어 냈다. 한국작가회의, 민족문학연구회 소속이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우리말 영성에 관한 지극한 정성

만주 일대와 고한반도에는 약 4만년 전후에서부터 세계적 수준의 문명이 있었고(이는 기존 거주하고 있던 구석기인과 최후 빙기의 혹독한 추위를 피해 이주해 온 여러 지역의 구석기인이 합류하고 교류하며 생활하는 가운데 형성됐을 것이다), 그러한 문명 수준에 맞는 어휘와 언어의 발달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한국어의 감탄사, 의성어, 의태어 또 자모음의 소리에 그 당대의 영성적 사유가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상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말에 깃든 이러한 우리의 원초적인 의식이 우리의 ‘무巫사상’과 ‘풍류 선仙사상’ 그리고 ‘기학氣學’과 동학東學의 내유신령內有神靈외유기화外有氣化사상 그리고 ‘인내천 사상’에까지 면면히 흘러 내려왔다고 믿는다. 우리 선조들은 본인들의 몸체를 보이지 않는 기운(모음으로 발성됨)이 드나들고 머물면서 작용하여 여러 현상(자음으로 발성됨)을 일으키는 기운체로 여겼다고 생각한다. 본인들의 존재를 우주 자연의 신령한 힘이 작용하여 다양한 현상을 일으키는 신령체로 여겼다고 믿는다. 동학의 시천주侍天主사상이 발현되기 전에 이미 즉천卽天이면서 시천侍天인 상태로 존재하는 자연체라고 스스로를 여겼다고 확신한다. 인류 문명의 초창기부터 우리 선조들이 ‘홍익인간’을 국시로 내걸고 실천할 수 있었던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각 단어에 스민 자음으로 표현된 자연의 기본 현상과 모음으로 표현된 현상이 내뿜는 기운의 작용을 통해 우리 정신 문화의 뿌리를 이루는 우리의 인식 체계를 확연히 알 수 있다.
- 나해철, 「시집을 펴내며」 부분

위에 인용한 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나해철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선사시대 우리말 영성’을 상상하고, ㄱ에서부터 ㅎ까지, ㅏ에서부터 ㅣ까지, 그리고 겹자음과 합용모음까지 각각 한 편씩 시를 쓰고 우리말 자모음의 영성에 관한 상상적 천착, 그 지극한 정성의 시혼을 담아 내었다.
바다에 산이 솟아나 푸르러져
섬이 되었네

인간사에
사랑이 생겨나 번져서
세계가 이루어졌네

산이 높아져 하늘에 닿은 듯도 하나
태양도 달도
별도 어루만질 수 없어라

사랑이 깊어져
전능全能의 바다에 다달은 것 같으나
생노병사를 함께 할 수 없어라

솟대를 세우고 소도를 만들어
신단수와 함께 사시던 삼신할머니들이
오미의 난으로 탁해진 성城을 하늘의 물로 씻었네
- 「사랑이여」 부분

위의 시 「사랑이여」는 우리말 자음 ‘ㅅ’의 영성, 그 신령스러움의 의미와 관련한 시이다.
‘ㅅ’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자음 기본자 5자 중 네 번째 문자인 ‘치음(잇소리)’이다. 발음기관인 이빨 모양을 상형한 자로, 현대국어에서는 소리를 내는 방법에 따르면 마찰음이고, 소리가 나는 위치에 따르면 혀끝이 윗잇몸에 닿았다가 떨어져 나는 치조음이다.
그런데 ‘ㅅ’ 소리를 내 보면 잇사이로 빠져나가는 ‘스스스’ 하는 소리가 이빨들이 모여 있는 모양과 같은 ‘ㅅ’ 으로 솟아 뾰족하고 날카로운 느낌이 든다. 날이 선 칼날이 ‘슥’ 살 속으로 스며들듯이…….
이에 대해서 나해철 시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ㅅ’은 예를 들면 첫 인류인 우리 선조들이 동굴에서 살 때 높은 산봉우리가 구름 위로 뾰쪽하게 잘 드러나 보여 선명하고 확실하게 각인될 때 ‘산’하고 발성되었다. 즉 어떤 모습이 삼각형의 꼭지점 같이 ‘선명’할 때나 어떤 상태가 오롯하게 돌출되어 선명하고 ‘확실’하게 드러난 현상을 보일 때 내는 소리이다. ‘ㅅ’ 소리가 나는 외국어 ‘s’도 마찬가지이다.
- 「ㅅ, 사랑이여」 도입부 전문

나는 위의 “우리 선조들이 동굴에서 살 때 높은 산봉우리가 구름 위로 뾰쪽하게 잘 드러나 보여 선명하고 확실하게 각인될 때 ‘산’하고 발성”했다는 풀이에 많은 수긍을 한다. 물론 ‘산’이라고 했든 ‘뫼’라고 했든 그 소리값은 지금과 똑같지 않았을 것은 분명하다. 현대 중국어로 “쌴/샨”으로 발음되는 ‘山’을 초기 인류인 우리 선조가 과연 ‘산’으로 발음했겠는지 그렇지 않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 말에 많은 수긍을 하는 것은 ‘ㅅ’ 소리가 귀에 선명하고 날카롭고 뾰족한 느낌이 나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몸속 깊이 유전돼 온 집단 무의식의 기억을 지극한 정성으로 일깨워 현대시로 불러낸 나해철 선생님의 과감한 상상력, 번뜩이는 시적 통찰, 모국어의 소리와 의미에 관한 영성적 민감성 등에 독자 제현께서 주목해 가면서 이번 시집을 읽어 주시기를 빈다. 또 민족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말을 더욱 민감하게, 다음과 같이 생각을 해 보실 것을 바란다.

인류 초창기의 인류인 우리 선조들이 단순한 자음과 모음을 결합한 단음절로 발성하는 모습이 그려졌고 덩달아 우리말의 자음과 모음의 의미가 선명히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해서 이 시집을 묶어내게 되었습니다.
- 나해철 「시집 후기」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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