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블 속에서도 끝내 교회에 남아 있는 행위자, 퀴어 크리스천들을 만나고 싶었다. 함부로 뭉뚱그려지는 ‘동성애자’는 다들 너무 다르다. 퀴어 크리스천의 위치성은 다층적이고 입체적이다. 이 책은 그 입체성을 잊지 않고 세상과 나누기 위한 작업이다. 우리는 퀴어 크리스천이 직접 말할 수 있는 무대를 세우기로 했다. 우리는 특히 ‘만남’과 ‘과정’에 집중했다. 반동성애 서사나 개신교 인권 운동에서 주로 ‘대상’이 되었던 퀴어 크리스천을 ‘서술의 주체’로 세우고자 했다. 운동의 ‘대상’으로만 고정될 때 퀴어 크리스천의 경험에 있을 수 있는 틈새에서의 실천들이 가려진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일’에 집중했다. 이들의 경험에 귀 기울이고 이를 재검토함으로써, 차별과 혐오가 구성되는 방식을 확인하고자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구술자는 모두 실존 인물이다. 이들의 삶과 정체성은 저마다 다채롭다. 누군가는 퀴어 크리스천이고, 누군가는 앨라이 크리스천이며, 누군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한다. 정체성을 정의하는 방식 또한 제각각이다. 그 다름이 독자들에게도 선명하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당사자들이 당위적으로 해야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하길 바랐다. 자신의 자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입에 익지 않은 관념적 언어를 빌려 쓰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고유하게 풀어내기를 원했다. 그곳에 거대 담론의 시선으로는 결코 찾아낼 수 없던 어떤 틈새가 존재하리라 믿는다.
이 책은 용기 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내어준 구술자 11명과, 그 이야기를 받아 적어 내려간 저자 8명의 소중한 마음으로 빚어졌다.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 나선 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누군가가 필요한 이들에게, 그리고 퀴어 크리스천을 이해하고 관계 맺고자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가닿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