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틱 노블 시리즈의 세 번째 키워드 ‘디스토피아’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절망을 보여주는 다섯 편의 이야기
21스튜디오의 출판 레이블 21페이지에서 스토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펼치는 ‘시네마틱 노블’ 시리즈의 세 번째 앤솔러지 『지구엔 해답이 없었다』를 출간했다. 이미 독자들에게 재미와 완성도를 인정받은 훌륭한 기성 작가들과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신인 작가의 작품을 모아 다섯 편의 이야기를 한 권으로 묶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라는 유명한 첫 문장처럼, 우리는 유토피아를 상상할 때 모두 비슷한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디스토피아를 상상할 땐 저마다 다른 미래를 그린다. 매일매일 희망을 향한 진보가 아닌 절망을 향한 전진을 보여주는 듯한 소식을 접하다 보면, 누군가는 제3차 세계대전을, 다른 누군가는 환경 파괴를, 또 다른 누군가는 AI에 지배당한 인류의 모습을 상상하며, 언젠가 현실이 될지 모르는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품고 현재를 살아간다.
『지구엔 해답이 없었다』에서 만날 다섯 편의 작품은 지금 우리가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을 문학으로 구체화해 확실한 미래상으로서 느낄 수 있게끔 만든다. 아주 확실하게 코앞까지 들이닥친 인류의 멸종 위기부터 은유를 통해 세련된 방식으로 암시하는 뒤틀려버린 사회의 모습까지 저마다 다른 절망을 품고 있지만 ‘디스토피아’라고 말할 수 있는 모습들을 담고 있다.
아무리 거부하고 외면하고 싶어도 미래는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미래라는 거대하고 암담한 파도가 덮쳐올 때, 집어삼켜질 것인가 혹은 헤엄이라도 쳐볼 것인가는 이제 각자의 선택인 셈이다. 『지구엔 해답이 없었다』는 다섯 명의 소설가가 각자 ‘답이 없는 미래’라는 파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참담한 미래를 엿보고 온 듯한 생생한 이야기들은 읽는 이에게 기묘한 안도를 품게 한다. 우리가 절망과 낙담에 조금 더 의연해질 수 있게끔 문학으로 정신의 예방주사를 놓는 셈이다. 우리에겐 당연히 미래에 대한 정답도, 해답도 없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풀이를 멈추는 순간이 진짜로 끝이라는 것. 과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SF 소설가들은 미래라는 난제를 어떻게 풀어냈을까? 직접 읽지 않고서는 그 답을 알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