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잡아 줄 문장을 읽고 매일 써라”
〈논어고금주〉·〈시경강의〉·〈흠흠신서〉·〈아언각비〉
500여 권이 넘는 다산의 저술에 담긴 지혜
다산한 권위자 박석무가 《여유당전서》에서 엄선한 74구절
인생이 계획대로 흘러갈 때는 누구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문제는 믿었던 것이 무너지고 가던 길이 갑자기 끊겼을 때다. 조선 최고의 학자 다산 정약용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고 그 어두운 시간을 버틴 기록은 우리 앞에 500여 권이 넘는 저서로 남았다. 그 방대한 저서를 관통하는 것은 오직 글과 붓으로 버텨낸 다산의 단단한 문장이었다. 그 문장의 정수 74구절을 직접 쓸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다.
《다산의 필사책》은 다산 연구에 평생을 바쳐 온 박석무 교수가 다산의 방대한 저술에서 마음에 오래 새길 구절들을 엄선했다. 한 구절을 천천히 읽은 뒤 바로 옆 필사면에 직접 써 보며 다산의 생각을 자신의 언어와 삶으로 가져올 수 있다. 각 장의 끝에는 박석무가 다산의 삶과 사상을 오늘의 시선으로 풀어낸 ‘박석무의 다산 산책’을 실어, 짧은 문장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배경과 다산이라는 인물의 면모까지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다.
삶이 흔들릴 때 다산의 글을 직접 쓰는 일이 우리에게 더 와닿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다산은 18년의 유배 동안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고, 현실에서 직접 펼칠 수 없었던 자신의 뜻을 수백 권의 저술로 남겼다. 다산에게 읽기는 삶의 길을 찾는 일이었고, 쓰기는 그 깨달음을 자신의 삶과 세상에 새기는 일이었다. 좋은 문장을 눈과 입으로 읽고 손으로 옮겨 쓰며 자신의 삶에 비춰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200여 년 전 다산이 강조했던 ‘실천하는 삶’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이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쓴 글들은 체념이나 한탄이 아니라, 무너진 자리에서도 끝내 자신을 세우려 한 사람의 기록이다. 억울함을 삭이며 제자들에게 편지를 쓰고, 아들에게 삶의 태도를 가르치고,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글을 쓴 사람. 마음이 흔들리는 날, 방향을 잃은 날, 혹은 그냥 오늘 하루를 단단하게 마무리하고 싶은 날, 이 책을 펼쳐 한 구절을 천천히 써 보자. 다산의 문장을 손으로 옮기는 동안, 그의 단단함이 조금씩 나의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