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걷다, 과학을 만나다.사람들과 함께 과학을 이야기하다.“왜 요즘 미세먼지가 자꾸 생겨요?”“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사람을 배신하는 거예요?”“맛도 좋고 향도 좋은데 왜 몸에는 안 좋은 거예요?”“마트에서 산 두부가 싸서 좋은 줄 알았는데, 농부는 손해 보는 거예요?”아이들은 학교에 오면 학교 밖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궁금증을 재잘재잘 풀어놓습니다. 그 질문에는 단순한 호기심만 담겨 있지 않습니다. 생활 속 불편함에서 출발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과학기술에 의문을 품는 태도, 그 원인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 일상과 과학을 연결하려는 시선, 그리고 세상의 문제를 사람들과 함께 바라보며 더 나은 사회를 고민하는 시민으로서의 첫걸음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과학’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과학은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에 “왜?”라고 묻는 순간 시작됩니다. 익숙한 세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는 질문들이 세상을 바꾸어 왔고, 오늘날의 놀라운 과학기술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의 삶은 훨씬 편리하고 풍요로워졌습니다.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풍요로운 세상은 과연 모두에게 좋기만 한 것일까요? 날로 심해지는 기후변화는 폭염과 폭우, 미세먼지처럼 우리의 생존 환경을 점점 더 위태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AI는 인간의 기대를 넘어 빠르게 발전하면서 가짜 뉴스 확산, 개인정보 유출, 판단의 책임 문제와 같은 새로운 질문을 우리 앞에 던지고 있습니다.아이들의 세상도 예외는 아닙니다. 믿고 먹었던 음식, 매일 만지는 장난감, 신나게 뛰어노는 놀이기구도 겉으로는 맛과 재미, 편리함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이면에는 안전보다 이익을 앞세운 선택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식품첨가물, 플라스틱, 어린이 제품, 자율주행차, 재생에너지까지 과학기술은 더 이상 교과서 속 지식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밥상과 놀이터, 골목과 시장, 하천과 숲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습니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이 과학기술이 자신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고, 그 문제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그래서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과학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외우는 것만이 아닙니다. 과학기술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되묻고,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며, 그 안에 숨어 있는 위험과 가능성을 함께 찾아가는 교육이어야 합니다. 즉,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더 나은 방향을 함께 고민하며, 배움을 다시 사회로 돌려보는 실천하는 교육까지 포함하는 과학교육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배움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과학기술관련 사회쟁점(Socioscientific Issues, SSI) 수업의 중요한 힘입니다.2014년, 학교 현장에서 처음 SSI 수업을 시작했을 때 한 학생이 적어낸 소감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