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音二十八字 各象其形而制之”
(정음 28자는 각각 그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
『훈민정음 해례본』 제자해(制字解)
우리는 매일 한글을 자연스럽게 사용합니다. 하지만 훈민정음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 졌는지를 들여다보는 순간, 익숙했던 문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ㄱ’은 발음할 때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ㄴ’은 혀가 윗잇몸에 닿는 모양을, ‘ㅁ’은 입술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획을 더해 소리의 세기를 표현하는 가획의 원리까지 더해집니다.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사용하는 한글은 단순히 외워서 쓰는 기호가 아닙니다. 이처럼 훈민정음은 어떤 소리를 어떤 원리로 표현할 것인지, 문자가 왜 그런 모양을 갖게 되었는지를 하나하나 설명하고 기록한 문헌입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훈민정음은 새로운 문자 체계에 대한 문제를 정의하고 그 해결 방법과 원리를 제시한 하나의 ‘논문’처럼 볼 수도 있습니다.
결과만 보면 한글은 그저 우리가 사용하는 문자일 뿐이지만, 그 원리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 담긴 생각과 설계를 발견하게 됩니다. AI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ChatGPT와 이미지 생성 AI 역시 완성된 결과만 놓고 보면 그저 신기하고 편리한 도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그 뒤에 어떤 질문을 던졌고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렸으며 어떤 실험을 통해 지금의 기술에 도달했는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가장 잘 남아 있는 곳이 바로 논문입니다. AI 논문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문서가 아니라, 연구자가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을 어떻게 풀려고 했는지를 기록한 일종의 설계도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설계도를 따라가며 AI를 이해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