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차범석희곡상 수상에 빛나는 극작가 구두리의 두 번째 희곡집. 「말뫼의 눈물」 「당신의 손」 「어디 가세요 복구 씨」 등 극단 미인의 대표작 세 편을 실었다.
2002년 스웨덴 말뫼의 조선업체 코쿰스(Kockums)는 도시의 자부심이던 세계 최대급 골리앗 크레인을 한국 조선사에 단돈 1달러를 받고 팔았다. 크레인이 해체되어 실려 나가던 날, 말뫼 시민들이 흘린 눈물에서 딴 ‘말뫼의 눈물’은 산업 쇠퇴와 도시의 상실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표제작 「말뫼의 눈물」은 바로 그 크레인이 도착한 한국의 남쪽 섬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저거 덕분에 우리 다 잘 먹고 잘살 끼다”라던 호황의 약속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으로 갈라진 위계와 산업재해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구두리 작가는 한 마을 구성원들의 삶으로 증언한다. 말뫼의 눈물은 바다를 건너 누구의 눈물이 되었는가. 작품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극이 현재의 조선소 위로 1931년 평양 을밀대 지붕에 오른 한국 최초의 고공농성자이자 평원고무공장 노동자인 강주룡을 겹쳐 놓는다는 점이다. 하청 노동자 황진수가 역사 속 인물 강주룡과 무대 위에서 엇갈리며 주고받는 대사,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네! 노동3권 보장하라!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여기 사람이 있다”는 이 희곡집 전체의 문제의식을 압축한다. 식민지 시대의 고공 농성에서 오늘의 조선소 크레인까지, 작품은 한 세기에 걸친 한국 노동의 계보를 같은 무대 위에 세운다.
세 편의 희곡에는 ‘김수현’이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이 모습을 바꿔가며 등장한다. 조선소 마을에서 죽순을 캐던 소녀는 동네 슈퍼를 지키는 중년의 여성이 되고, 어쩌다 거제도 할머니들과 동고동락하는 도시의 작곡가가 된다. 하나의 이름이 ‘노동자’(「말뫼의 눈물」), ‘고립된 개인’(「당신의 손」), ‘소수자’(「어디 가세요 복구 씨」)라는 각기 다른 주제의 무대를 관통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은 세 희곡이 독립된 작품인 동시에 한 사람의 생애를 다각도로 비추는 연작처럼 읽히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