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영웅 서사 이면에 감춰진 충격적 진실
미국이 숨기고 지운 내부 파시즘 세력의 역사
애국자를 자처하던 그들은 어떻게 국가의 적이 되었나
미국이라는 나라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자유민주주의의 보루’일 것이다. 건국 이념부터 20세기 초반에 일어난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냉전체제에 공산주의에 맞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수호해 낸 ‘자유의 수호자’가 미국에 대한 기본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2021년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점거나 최근의 반인권·반민주적 행보를 보면 과연 우리가 알던 미국의 모습이 맞는지 의심하게 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실 갑자기 등장한 변화가 아니다. 제2차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 미국 내부에도 파시즘을 지지하고 민주주의 정부를 전복하려던 거대한 세력이 존재했다.
미국의 언론인이자 진보 정치 평론가인 레이철 매도의 『아메리칸 파시스트』는 1930년대와 1940년대 미국 내에서 활동한 극우 파시즘 세력의 실체를 파헤치고 정치계와 경제계에 뻗어 있던 그들의 비밀 네트워크를 폭로한다. 저자는 흔히 소수의 미치광이가 벌인 일로 치부할 만한 이 사건에 사실은 미국 현직 국회의원 등 강력한 정치 권력자들이 깊숙이 개입되어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발한다.
당시 미국의 극우 세력은 주류 사회 곳곳에 형성된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 내에 파시즘에 동조하는 세력을 키워 나갔다. 나아가 1940년대 들어서는 무장봉기를 일으켜 정부를 전복하고 미국에 파시즘 국가를 세우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은 파시스트 단체 내부에 잠입해 그 실체를 파헤친 언론인, 거대한 세력에 맞서 싸운 공무원, 그리고 평범한 시민 들의 영웅적인 노력 덕에 다행히 무위에 그쳤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저널리스트 특유의 날카로운 감각을 바탕으로 미국 내에서 자생한 파시즘 세력의 역사를 추적하고, 그들을 무력화한 진정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풀어낸다. 이를 통해 오늘날 되풀이되는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시민들의 조직화된 힘만이 희망을 줄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민주주의를 잠식하기 위해, 쿠데타를 벌이기 위해, 전국에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의원들의 도움과 방조를 얻고서 무장 행동으로 선거판을 뒤집어엎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이 모든 행동은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벌어졌다고 생각하기에 너무나 끔찍하지만 결코 처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이 싸움에는 명백히 전조(prequel)가 있다.
- 『아메리칸 파시스트』 서문